"보유세 기산일인 지난 1일 전에 보유한 집을 정리하려는 다주택자 '급매물'이 쏟아졌습니다. 기산일이 지났지만, 대부분 매물은 아직 시장에 나와 있는 상황입니다. 금리가 오르는 등 실수요자 부담이 커지다 보니 급매물이 아니면 잘 거래가 되지 않습니다."(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있는 헬리오시티 단지 내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
강남 3구 가운데 한 곳인 송파구 집값이 심상치 않다. 가락동에 있는 9510가구에 달하는 '헬리오시티'에선 최근 기존 매맷값보다 수억원 떨어진 거래가 이뤄졌다. 다주택자들이 세금 부담을 덜고자 '급매'로 집을 내놓으면서다.
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가락동에 있는 '헬리오시티' 전용 84㎡는 지난달 21억4000만원(20일)에 거래됐다. 같은 달 거래된 23억원(2일)보다 1억6000만원 하락한 금액이다. 이 면적대는 지난달 20억6000만원에 손바뀜하기도 했는데, 올해 1월 거래된 23억7000만원보다 3억1000만원 떨어진 수준이다.
이 단지 전용 39㎡도 지난달 11억2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직전월 거래된 11억9800만원보다 7800만원 내렸고, 지난해 신고가인 12억9000만원보다는 1억7000만원 떨어졌다.
'헬리오시티'에서 하락 거래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영향이다.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세제 정상화를 위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 조치를 시행,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확정했고 내년 5월9일까지 지속된다. 이에 보유세 기산일인 지난 1일까지 물건을 정리하기 위한 매물이 쏟아진 것이다.
이 단지 내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보유세 기산일을 앞두고 다주택자 매물이 쏟아졌다"며 "이번에 물건을 정리한 한 집주인은 '헬리오시티' 1가구와 지방에 2가구를 보유한 다주택자였는데 세금 부담이 커지면서 송파구 집을 처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 단지 다주택자 가운데 고령층이 많은데 내야할 세금이 많아 서둘러 정리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쏟아진 급매를 잡은 실수요자는 다름 아닌 '헬리오시티'에 거주하고 있는 세입자들이 많았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단지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최근 이 단지에 살고 있는 세입자들이 급매를 매수하기 위해 문의가 꽤 있었다"며 "직접 살다보니 단지 장단점을 잘 알고 있고, 지난해 가격이 치솟아 고민하던 세입자들 가운데 일부는 이번에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나온 물건을 잡아 '내 집 마련'을 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실수요자가 유입되긴 했지만 여전히 쏟아지는 공급을 메울 만큼 충분한 수요는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움츠러들면서 '갈아타기'가 줄면서다.
단지 내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통상 위례, 강동구 등에서 '갈아타기'를 위해 이 단지를 찾는 수요자들이 많은데 집값 급등, 금리 상승 등의 이유로 서울 전체적으로 거래가 드물게 이뤄지면서 문의가 뜸하다"며 "급매물이 아니면 거래가 없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다섯째 주(30일) 기준 송파구는 0.01% 떨어져 2주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지난 2월 초 하락세로 돌아선 이후 하락과 보합을 반복하다 4월 첫째 주(4일) 상승세로 돌아서기도 했지만, 하락 전환했다. 반면 강남구와 서초구 집값은 0.01% 상승했다. 강남구는 12주 연속, 서초구는 14주 연속 상승세다.
송파구엔 매물도 크게 늘었다. 지난 3일 기준 매물은 4143건으로 올해 1월 초 2853건보다 1290건(45.21%) 급증했다. 가락동 '헬리오시티' 매물(매매, 전세, 월세)은 1088건으로 같은 기간 264건(32.03%) 늘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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