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증가율은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초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11.1%를 기록했고, 산업생산 증가율도 2년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 세계에서 ‘나홀로 공장’을 가동하면서 호조를 보여온 수출도 증가세가 대폭 꺾였다. 4월 도시 실업률은 201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고, 특히 청년 실업률은 18.2%까지 치솟았다. 중국 내 외자기업 역시 여러 경영애로를 호소하고 있다. 지난 4월 말 시행된 중국유럽연합(EU)상회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 기업의 90%는 공급망과 물류 애로를 겪고 있다고 답했고, 75%는 코로나 방역정책이 사업 추진에 큰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중국 정부는 3월 초 양회(兩會)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5.5%로 제시했지만 현실적으로 달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시기적으로 3월 중순 이후 코로나 재확산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와 손실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시점에서는 ‘5.5% 달성’이 아니라 ‘5% 수성’이 보다 현실적인 목표일 것이다. 게다가 베이징의 코로나 상황 역시 조마조마하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다. 베이징이 경제중심지는 아니지만 수도로서의 상징성이 있기 때문에 중국 정부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효과적인 방역 통제를 유지한다는 전제 아래 적어도 7월 말은 돼야 전국적인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말은 3분기에도 경제 충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앞으로 중국 정부는 공급망 안정화를 강화함과 동시에 다양한 소비진작책, 대출 확대를 통한 투자 독려 등 경기부양 강도를 높여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파생하는 비즈니스 기회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릴 적 즐겨하던 놀이 중에 두더지 게임이 있다. 두더지 게임의 핵심은 시간과 순발력이다. 그런 점에서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과 유사한 면이 있다. 여기저기 어딘지 모를 곳에서 두더지가 튀어나온다는 점 역시 현재 코로나 발생 상황과 비슷하다. 제로 코로나 정책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지역별로, 계층별로, 기업별로 그 체감온도가 다르다. 동전 던지기처럼 예측이 어렵다는 점에서 보면 핀볼 게임과도 닮았다.
‘핀볼 효과(Pinball effect)’란 말이 있다. 발사된 공이 이리저리 무작위로 움직이듯, 작은 일이라도 서로 다른 사건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코로나로 도시 봉쇄 조치가 취해지면 부수적으로 공급망 교란과 물류난이 발생한다. 그리고 그 영향은 해당 도시의 지리경제적 위치와 산업 기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서로 다른 산업 분야와 물류 흐름에 제각각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충격은 비단 중국 내수경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고, 상하이 봉쇄 해제로 그동안 적체된 화물이 한꺼번에 풀리면 지난해에 이어 제2의 글로벌 물류대란 발생도 예상된다. 그만큼 예측이 쉽지 않고, 그에 따라 대처도 어렵다.
영국 과학역사가 제임스 버크는 “세상은 서로가 서로에게 의존하며 상호연결된 거대한 네트워크”라고 말했다. 중국은 단일국가지만 미국보다는 유럽 국가처럼 복잡다단한 산업 생태계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현장에서의 비즈니스 실전도 예측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나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큰 요즘 같은 시기에는 더욱더 미래 예측력을 높이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지난 3월 5일간의 선전 봉쇄 이후 상하이가 순환 봉쇄를 발표할 때 그 누구도 중국 최대 경제도시인 상하이가 이처럼 두 달 이상 장기 봉쇄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과거의 경험 지식이 중요하지만 이런 과거의 체험이 미래 예측과 선택의 폭에 의식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왜곡을 초래하는 것은 아닌지 조심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요즘처럼 불확실성 시대에 대중국 비즈니스 전략을 짤 때는 더더욱 그렇다.
홍창표 KOTRA 중국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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