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 사태’의 여진이 한 달 가까이 암호화폐 시장을 흔들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에다 루나 사태를 겪으며 비트코인은 올 들어서만 50% 넘게 추락했다. 2020년 이후 최저가를 기록한 비트코인이 더 이상 회복하지 못하고 ‘크립토윈터(암호화폐의 겨울)’에 접어들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온다. 4년 주기로 반복돼온 크립토윈터가 도래할 때마다 비트코인이 80% 이상 폭락했다는 점을 근거로 작년 고점 대비 80% 하락한 1만4000달러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에서는 거시경제 변수나 제도적 변화 등 기폭제가 될 만한 이슈가 나타나기 전까진 당분간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망은 극단적으로 엇갈린다.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1분기 주주서한에 따르면 이 거래소의 거래량은 3090억달러로 작년 4분기 대비 44% 감소했다. 개인투자자의 거래량이 58% 감소한 740억달러로 집계됐다. 기관투자가 거래량 역시 36% 감소한 2350억달러를 나타냈다. 매수하려는 투자자가 줄면서 루나 사태와 같은 충격이 발생할 경우 더 큰 폭으로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자산 운용 규모가 400조원에 달하는 구겐하임파트너스의 스콧 마이너드 최고투자책임자는 비트코인의 저점을 8000달러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구겐하임파트너스는 작년 4월 6만달러대에서 50%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실제로 5월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6월에는 3만달러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투자자문사인 불앤드베어프로피츠의 존 울펜바거 최고경영자(CEO)는 앞선 두 차례의 반감기를 근거로 “최고가 대비 최소 80% 떨어지는 상황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작년 11월 6만9000달러 고점 대비 80% 하락하면 1만4000달러까지 떨어진다는 얘기다.
이미 바닥에 왔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JP모간은 비트코인의 적정가로 지금보다 20% 이상 높은 3만8000달러를 제시했다. 암호화폐거래소인 비트멕스의 아서 헤이스 전 CEO는 “2만3800달러가 장기적인 저점이 될 수 있다”며 비트코인이 2018년 사이클의 고점(1만9000달러)에 근접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4년 주기로 반감기를 맞는 비트코인 특성상 공급량 감소로 이전 고점까지는 내려가지 않을 것이란 논리다.
미국 증시와의 디커플링이 다시 뚜렷해지면서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각광받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내세웠다. 3일 기준 미국 나스닥100지수와 비트코인의 상관계수는 0.5로 루나 사태 이전인 지난 8일(0.9) 대비 큰 폭으로 줄었다.
인플레이션 헤지를 위한 자산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도 있다.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 창업자는 지난달 24일 다보스포럼에서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을 헤지할 수 있는 투자를 하지 못했다”며 “비트코인은 지난 11년간 엄청난 성과를 냈고, 포트폴리오의 아주 작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헤이스 전 CEO는 “약세장에서 벗어나려면 정치적인 ‘기폭제’가 필요하며 거시경제 여건도 따라줘야 한다”며 “인내심을 가져야 할 시기”라고 했다.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코빗 등은 모두 각 거래소에 상장된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을 나열하면서 투자주의보를 발령했다. 언제든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의 하락으로 중대한 결함이 보이면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하거나 상장을 폐지할 수 있다는 경고다.
그럼에도 웨이브는 30일 하루에만 67.4%, 31일에는 14.0% 뛰어올랐다. 5650원에서 이틀 만에 1만2540원까지 폭등한 것이다. 트론은 루나 사태 당시 120원에서 81원으로 폭락했다가 지난 1일 다시 116원까지 오르는 등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자들로 그야말로 널뛰기를 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미 결함이 발견됐거나 시세가 급변동하는 코인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다른 거래소 관계자도 “코인에 대한 공통된 검증 기준이 자리잡지 않아 특정 코인의 위험성을 미리 알리는 게 어렵다”며 “코인의 구조와 지분, 발행사에 대해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경우 투자를 삼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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