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외환보유액이 석 달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보유액으로 세계 8위였던 한국은 1년 만에 사우디아라비아에 자리를 내주면서 9위를 기록했다. 전달보다 달러화는 약세를 보였지만, 일시적인 원·달러 환율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외환 당국이 직접 달러를 매도한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외환보유액은 4477억1000만달러로, 지난달 말보다 15억9000만달러 감소했다. 지난 4월(85억1000만달러)보다는 감소 폭이 줄어들었지만, 3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졌다.
지난달 달러인덱스는 1.9% 하락했다. 달러인덱스는 유로화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평가하는 지수다. 달러인덱스가 내리면 그만큼 달러 가치가 하락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달러 약세에도 외환보유액이 감소한 것은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에 따른 것이란 설명이다. 지난달 전체적으로는 원·달러 환율이 떨어졌지만, 지난달 초만 해도 금융위기 수준으로 원화 가치는 급락(환율 상승)했다. 지난 12일에는 원·달러 환율이 1288원60전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7월 14일(1293원) 이후 12년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외환 당국의 변동성 완화 조치는 이 기간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외환보유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채, 정부기관채, 회사채 등 유가증권은 4014억9000만 달러로, 전달 대비 73억3000만달러 감소했다.
예금과 비슷한 성격인 예치금은 56억1000만달러(4.9%) 늘어난 218억6000만달러로 나타났다. 달러 약세 영향으로 환산액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은 1억달러 늘어난 150만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IMF 회원국이 출자금 납입, 융자 등으로 보유하게 되는 IMF 관련 청구권인 IMF포지션은 3000만달러 증가한 44억8000만달러였다. 금은 47억9000만달러로 전달과 같았다.
한국은 외환보유액 규모로 세계 9위를 기록하면서 한 단계 순위가 하락했다. 지난해 6월 세계 8위로 오른 뒤 1년 만에 사우디아라비아(4516억달러)에 뒤졌다.
1위인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조1197억달러로 683억달러 줄었다. 이어 일본(1조3222억달러), 스위스(1조318억달러), 인도(5967억달러), 러시아(5931억달러), 대만(5451억달러), 홍콩(4657억달러) 순이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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