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올해 들어 1조원 펀드들은 체면을 구겼다. 미국 금리 인상 우려로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높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을 인정받았던 성장주들이 작은 악재에도 휘청거렸다. 최근 이들 펀드가 모처럼 다시 기를 펴고 있다. 글로벌 성장주가 반등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ETF 중에서는 순자산이 3조4756억원에 달하는 TIGER차이나전기차SOLACTIVE가 이 기간 5.45% 상승했다. BYD, 선전이노밴스, 간펑리튬, EVE에너지, CATL 등 중국 배터리 밸류체인을 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상하이 봉쇄를 해제하고 경기 부양책을 지속적으로 내놓으면서 큰 폭으로 하락했던 중국 성장주도 반등에 성공했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경기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가 전면에 나서면서 정책 관련 섹터의 모멘텀 회복이 가장 빠를 것으로 예상한다”며 “전기차 등 친환경 정책과 관련된 기업들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나스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TIGER미국테크톱10INDXX도 같은 기간 5.53% 오르며 반등에 성공했다. 다만 3일(현지시간) 테슬라가 다시 9.22% 급락하는 등 변동성은 여전히 큰 상황이다.
한국투자글로벌전기차&배터리를 운용하는 황우택 한국투자신탁운용 멀티전략본부 책임은 “글로벌 성장주를 흔드는 거시경제 리스크는 아직 해소되지 않았지만, 전기차 분야는 ‘패러다임 전환’이 눈앞에 다가왔다는 점에서 중장기적 성장성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이 펀드는 한때 8~9%를 차지했던 테슬라 비중을 현재 3% 수준까지 낮췄다. 대신 스위스 전기차 급속충전기 업체 ABB, 일본 완성차 업체 도요타 등을 편입했다.
미국 자산운용사 얼라이언스번스틴이 운용하는 AB미국그로스펀드도 설정액이 9331억원으로 1조원 펀드를 눈앞에 두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아마존 등 미국 내 초우량주에 투자하는 재간접펀드다. 연초 대비 수익률이 -24.56%로 부진했음에도 꾸준히 저가 매수 자금이 유입됐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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