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서울 마곡의 제넥신 신사옥에서 성 회장을 만났다. 그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고, 오히려 ‘오버 페이스’를 했다”며 “홀가분한 기분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고 웃었다.
성 회장은 제넥신을 2009년 코스닥시장에 상장시킬 때 경영을 그만둘 생각이었다. ‘내 주특기는 연구개발(R&D)’이라는 확신에서였다. 성 회장은 “당신 아니면 누가 경영하냐는 주변 만류에 넘어갔다”고 회상했다.
성 회장 자신도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전혀 없진 않았다. 그는 “경영을 포기하지 않은 것이 내가 세운 회사에 대한 애착으로 포장됐지만, 돌이켜보면 욕심이었다”고 말했다. “과감하게 경영에서 손을 떼고 연구만 했더라면 신약 후보물질을 꾸준히 내놓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고도 했다.
그랬던 그가 “회사를 떠나겠다”고 하자 여기저기서 “무책임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정작 자신이 설립한 회사엔 상업화에 성공한 신약이 없기 때문이다. 성 회장은 “창업자가 모든 걸 할 순 없다”며 “연구자에게 상업화까지 하라는 건 과도한 요구”라고 일축했다.
다만 기존 후보물질에 대해선 “기술적 조언을 아끼진 않겠다”고 했다. ‘전문경영인 뒤에서 상왕 노릇을 할 것’이라는 업계 일각의 관측에 대해선 “경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성영철 없는 제넥신은 유한양행처럼 사회적으로도 존경받는 회사가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창 상장을 추진하던 2007년 그의 아이디어는 혹독한 평가를 받았다. ‘너무 앞선 기술’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바이오벤처 후배 경영자들에게 “이상만 좇지 말고 현실과의 조화를 추구하라”고 조언한다. 성 회장은 “약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기술과 시장이 요구하는 기술은 다를 수 있다”며 “시장 얘기를 듣고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 회장은 앞으로 K바이오가 성장하기 위한 키워드로 ‘협업’을 꼽았다. 그는 “수십 년 걸리는 신약 개발을 한 회사, 한 경영자가 다 해내긴 어렵다”며 “서로 협력해야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정부에는 “바이오벤처 간 인수합병(M&A)을 유도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한재영/사진=허문찬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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