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현대자동차 노사 단체교섭에서 나온 안현호 노조위원장의 선언이다. 노조가 올해 제시한 역대급 임금 인상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의미다. 지난해 현대차 상당수 생산직 연봉이 다시 1억원을 넘어섰음에도 연봉 인상 요구가 거세지는 모습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기본급 월 16만52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기본급 인상액(월 7만5000원)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이른바 ‘묻고 더블로’ 협상안이다. 성과급과 관련해선 ‘순이익의 30%’를 요구했다. 작년 순이익의 30%를 전체 직원 수로 나누면 1인당 2000만원이 넘는 금액이다.
회사 측은 반도체 공급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감안했을 때 노조의 요구안이 너무 과하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교섭이 시작된 지 한 달이 됐지만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만족할 만한 합의안이 나올 때까지 ‘굵고 길게’ 협상하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노조 집행부가 강성으로 평가받는 만큼 4년 만에 파업 우려도 나온다. 실제 파업을 시작하는 곳도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물연대는 7일부터 예정대로 총파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강성 노조에 밀려 대폭 임금을 인상한 회사도 속속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3사(현대중공업·현대일렉트릭·현대건설기계)는 지난달 가까스로 2021년 단체교섭을 마무리했다. 3사 모두 기본급 7만3000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과 148~462% 규모의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노사는 조만간 올해 단체교섭을 시작할 예정이다.
아직 올해 임금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한 기업들은 진퇴양난의 상황이다. 정보기술(IT)·전자업계가 올해 두 자릿수 안팎 임금 인상에 합의하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는 설명이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올해 연봉 예산을 각각 15%, 10% 늘리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임금 인상률을 9%로 결정했다. 직원들은 인센티브를 포함해 지난해보다 15% 이상 더 받을 전망이다.
대기업들의 일률적 연봉 인상은 연공형 임금 체계에 따른 인건비 상승, 대·중소기업 간 임금 양극화 등의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직무·성과형 임금체계 도입부터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김일규/정지은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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