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네덜란드 등 유럽 출장길에 올랐다. 지난해 12월 중동 출장 이후 6개월 만의 해외 출장으로, 유럽 반도체 장비 업체 등 전략적 파트너들을 만나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오전 11시45분께 김포공항에 도착한 이 부회장은 전세기편을 이용해 유럽으로 출국했다. 이번 출장에서 이 부회장은 네덜란드와 독일, 프랑스 등 3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출장 기간은 이날부터 18일까지 12일간이다. 행선지로는 네덜란드만 공개됐지만 독일, 프랑스 등 인접 국가도 함께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도 이 부회장과 같은 비행기를 탔지만 이번 유럽 출장 일정 전체를 함께 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이 유럽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반도체 미세공정에 필수인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장비 확보를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이 부회장은 2년 전인 2020년에도 EUV 장비 확보를 위해 ASML 본사를 찾아 피터 베닝크 최고경영자(CEO)를 만난 바 있다.
이번 출장으로 삼성의 인수합병(M&A)에 속도가 붙을지도 관심사다. 네덜란드에는 오랫동안 삼성의 유력 M&A 대상으로 입에 오른 차량용 반도체 기업 NXP가 있다. 독일의 시스템 반도체 기업 인피니온 역시 M&A 후보군 중 하나다. 이 부회장은 이번 네덜란드 방문에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의 회동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영국에는 현재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매물로 꼽히는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 ARM이 있다. 최근 이 부회장과 팻 갤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 만남을 두고 양사가 컨소시엄을 이뤄 ARM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앞서 지난해 8월 가석방된 이 부회장은 같은 해 11월 미국으로 11일간 출장을, 12월에 3박 4일간 아랍에미리트(UAE)로 중동 출장을 다녀온 바 있다.
이날은 29년 전 고(故) 이건희 회장의 독일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1993년 6월7일)이 나온 날이기도 하다. 이건희 회장은 독일 출장 중이던 1993년 6월7일 임원들을 불러 모아 놓고 "바꾸려면 철저히 다 바꿔야 한다. 극단적으로 말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고 일갈하며 대대적 혁신을 요구했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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