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추 1년 내내 같은 값에 판다…'유통업계 구원투수' 된 스마트팜

입력 2022-06-07 17:17   수정 2022-06-08 00:49

올 들어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최악의 가뭄이 새로운 ‘밥상 물가’ 불안 요인으로 떠올랐다. 이런 가운데 주요 유통사들이 전국 각지의 스마트팜 운영 농업법인에서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 관심을 끈다.

스마트팜은 빛 온도 습도 등 작물 생육 환경을 제어해 날씨의 영향을 최소화한 농장이다. 사시사철 균일한 품질의 작물을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양상추 대란’ 비켜간 롯데마트
7일 찾은 경기 이천의 어석농업회사법인 스마트팜도 그런 곳이었다. 이 스마트팜은 지난해부터 롯데마트에 양상추를 공급하고 있다. 롯데마트가 이곳과 계약한 시점은 갑작스러운 한파와 글로벌 물류대란으로 ‘양상추 대란’이 일어난 지난해 10월이었다. 당시 맥도날드 등 햄버거 매장은 공급 불안정으로 햄버거에서 양상추를 빼고 판매했다. 롯데마트 역시 노지 재배 양상추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이 스마트팜과 계약하면서 ㎏당 3900원에 양상추를 팔 수 있게 됐다. 현재 롯데마트는 유러피언 채소, 파프리카, 오이, 가지 등 4개 품목을 공급받아 판매하고 있다.

어석농업회사법인 스마트팜은 2930㎡ 규모 농장에서 버터헤드, 이사벨 등 8종의 엽채류 작물을 키우고 있다. 농장에는 60개 베드가 있으며, 각 베드에는 작물 성장에 필요한 성분의 배양액이 담겨 있다.

배양액의 온도가 20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자동으로 칠러가 작동한다. 이를 통해 배양액 온도를 작물 생육에 최적화한 18도 수준으로 유지한다.
아직 더딘 보급
최근 수년간 어석농업회사법인과 같은 성공 사례가 속속 나오고, 여기에 가뭄 등으로 인한 작황 부진까지 겹치면서 스마트팜의 주목도는 크게 높아졌다. 보급 면적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스마트팜 면적은 6485㏊로 3년 전인 2019년(4900㏊)에 비해 32.3% 늘어났다. 정부의 올해 보급 목표는 7000㏊다.

문제는 아직 전체 재배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다는 점이다. 전국 경지면적 155만㏊ 가운데 스마트팜이 차지하는 비중은 0.4%에 불과하다.
규제 풀어 경쟁력 높여야
여기에는 농민들의 반(反)스마트팜 정서, 법·제도상 문제, 고비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신한승 어석농업회사법인 대표는 “경험에 기반해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정보기술(IT)과 데이터를 앞세운 스마트팜을 그리 신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모호한 법·제도도 스마트팜 활성화를 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비닐하우스나 유리온실을 이용한 재배시설부터 자연광 도움 없이 LED(발광다이오드)만으로 작물을 키우는 ‘식물공장’까지 모두 스마트팜으로 분류한다.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스마트팜이 모두 농지법상 농지에 지을 수 있는 건축물인지 법에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 법적허용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스마트팜을 지었다가 나중에 철거해야 하는 불상사가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신 대표는 “스마트팜이 많이 도입되면 양상추 토마토 파프리카 등을 날씨와 상관없이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천=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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