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디트스위스(CS) 등 대형 은행들이 이스라엘 IT기업 NSO 그룹에 스파이웨어 페가수스를 계속 판매하라고 압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스파이웨어란 사용자 몰래 컴퓨터에 잠입해 개인 정보를 빼가는 소프트웨어를 뜻한다. NSO 그룹의 페가수스는 그동안 전 세계 정치인, 시민운동가, 언론인 등의 개인 정보를 해킹하는 데 쓰인 것으로 지목된 바 있다.
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확보한 문서에 따르면 유럽계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와 미국 투자은행 제퍼리스, 헤지펀드 운용사 세네터 등 채권단이 '인권 침해' 논란을 빚은 NSO 그룹의 페가수스를 계속 판매해 이윤을 창출하라고 압박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모두 NSO 그룹에 융자금을 대준 채권자 자격으로 이 같은 독촉에 나섰다.
NSO 그룹이 고객사들에 판매한 페가수스가 일부 국가에서 야권 운동가, 언론인 등의 해킹에 악용됐다는 사실은 지난해 7월 처음 밝혀졌다. 이후 같은해 11월 미국 상무부는 NSO 그룹을 블랙리스트 기업으로 지정했다.
NSO 그룹은 논란이 시작된 직후 페가수스 판매를 중단했다. 핵심 수익원이 사라진 상태에서 NSO 그룹은 직원들에 임금을 지급하기 위해 금융사들에 1000만달러(약 125억원)를 빌려야 했다. 지난해 12월 이들 채권단은 NSO 그룹의 컨설팅 기업 버클리 리서치 그룹(BRG)에 "BRG가 NSO 그룹의 새로운 고객 확보와 이윤창출을 막고 있다고 들었다"며 "이는 NSO 그룹의 유동성 위기를 심화시키고, 결국 우리 채권단을 곤경에 빠트리는 행위"라는 공식 서한을 보냈다.
FT는 "이는 인권 침해 의혹에 연루된 기업들의 자금줄이 되어 준 월가 대형 금융사들이 그 같은 반(反)인권 논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익성만 추구한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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