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부터 중소협력사까지 'ESG 생태계' 한배 올라타야"

입력 2022-06-08 17:39   수정 2022-06-09 02:05


“영세 협력 업체들은 친환경 제품 개발 비용을 지원받지 못하면 바로 한계에 직면합니다.”

조영철 현대제뉴인 사장은 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3회 대한민국 ESG 경영포럼 자문회의’에서 산업별로 협력 업체까지 아우르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생태계’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현대제뉴인은 현대중공업그룹의 건설기계 부문 중간지주회사다.

조 사장은 “건설기계는 다품종소량생산이 이뤄지는 분야로 친환경 부품을 개발해도 단기간에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어렵다”며 “자금 조달이 어려운 중소기업을 위해 친환경 제품 개발 자금, 이자 지원, 개발에 따른 세제 혜택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 협력 업체에도 친환경 제품 개발을 위해 선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에도 ‘ESG 바람’ 필요

이날 자문회의에 참석한 주요 기업 경영진 21명은 ESG 경영에 대한 실질적인 조언과 고민을 공유했다. 특히 협력 업체와 ‘한배’에 타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대기업의 ESG 경영은 틀이 갖춰졌지만, 중소·중견기업의 태반은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는 이유였다.

서강현 현대자동차 기획재경본부장은 “자동차업계는 원자재 조달부터 폐차에 이르는 단계의 탄소 배출량을 측정한다”며 “협력 업체가 도와주지 않으면 현대차의 탄소 중립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창수 GS칼텍스 지속가능경영실장은 “중소기업들은 ESG 경영 트렌드가 바뀌는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워한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눈높이가 다르다 보니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했다.

양병호 포스코홀딩스 ESG팀장은 신기술에 대한 정부 지원을 강조했다. 그는 “철강 제조 공정에서 탄소를 줄일 수 있는 수소환원제철, 탄소 포집 등의 기술은 국가적인 지원이 꼭 필요하다”며 “이미 유럽연합(EU)과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이런 분야를 밀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ESG 평가 기준 차별화해야
ESG 평가 기준과 관련한 지적도 많았다. 이상학 KT&G 지속경영본부장은 “수출 기업들은 국내 이상으로 해외의 ESG 기준이 중요하다”며 “수출 지역과 수출 비중 등을 감안해 ESG 평가를 다르게 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기관들의 ESG 평가 기준이 한국 기업에 불리하게 설계돼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이 본부장은 “모건스탠리 등 해외 기관의 ESG 평가는 외국 기업 기준에 맞춰져 있어 한국 기업이 대외 신뢰도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쿠팡은 중소 소상공인의 매출 확대와 ESG 경영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영상 쿠팡 부사장은 “쿠팡 플랫폼을 이용하는 판매자의 80%가 연 매출 30억원 미만의 중·소상공인”이라며 “다회용 배송 상자인 ‘프레시백’을 도입하는 등 개별적으로 친환경 활동을 벌이기 어려운 소상공인들을 도울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ESG 기준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국내 산업계에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대한민국 ESG 경영포럼의 자문 교수인 문두철 연세대 경영대 교수는 “EU에서 나온 탄소 배출 글로벌 공급망 기준 등이 2년 내 시행될 예정”이라며 “EU에 상품을 공급하려면 기업이 스스로 글로벌 눈높이에 맞는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했다. 또 “탄소 배출의 70~80%는 공급망에서 나오는 만큼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산업 생태계별 ESG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형규/박상용/성상훈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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