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 8월 야놀자가 태어났을 때만 해도 이 회사에 주목하는 숙박·여행업체는 없었다. 고작 모텔 예약이나 돕는 온라인 기업이 그들의 경쟁상대가 되리라곤 상상조차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업자인 이수진 총괄대표의 꿈은 숙박·여행업체들이 예상한 ‘국내 최고 모텔 예약 플랫폼’에 머무르지 않았다. 최고급 호텔 예약은 물론 항공권·공연·식당 예약, 여행상품 판매 등을 아우르는 ‘종합 레저·관광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8일 국내 최대 여행가이드 플랫폼인 트리플을 손에 넣었다. 지난 4월 인수한 인터파크와 합병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야놀자그룹의 사업영역에 ‘개인 맞춤형 여행 코스 안내’ 등 여행 가이드가 추가됐다. 숙박 예약부터 항공권 구매, 여행 코스 안내에 이르기까지 종합 레저·관광기업이 되기 위한 아이템을 하나 더 갖춘 셈이다.

야놀자는 공격적인 투자로 시장을 장악했다는 점에서 ‘숙박업계의 쿠팡’으로 불리지만, 수익구조 측면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쿠팡이 지난해 1조8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낸 반면 야놀자는 같은 기간 536억원 영업이익을 냈기 때문이다.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밑 빠진 독에 물붓기’를 한 게 아니라 본업으로 수익을 내고, 그 돈으로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갖췄다는 얘기다.
야놀자는 새 식구로 맞이한 트리플을 통해 여행·레저 시장을 잡는 데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트리플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항공권, 호텔, 투어, 입장권 등 각종 여행상품을 각 개인에게 맞춤 형태로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각자의 여행 스타일을 감안해 여행 코스를 짜주고 비용도 계산해주는 방식이어서 단체여행보다 개별 여행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에게 각광 받고 있다.
2019년 국내 1위 PMS(호텔 디지털화 시스템) 업체인 가람정보통신과 2위 씨리얼, 세계 2위 PMS 업체 이지테크노시스를 잇따라 손에 넣으며 신시장에도 진출했다. 이런 사업부를 떼어내 지난해 설립한 야놀자클라우드는 현재 미국 오라클에 이은 글로벌 PMS 2위 기업이 됐다.
야놀자의 다음 목표는 해외시장이다. 야놀자의 편리한 숙박 예약 기능에 인터파크의 항공권 바잉 파워, 트리플의 콘텐츠를 더하면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 전통의 강호에 밀리지 않고 다시 열리기 시작한 해외여행 시장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필요한 돈은 넉넉하게 확보해둔 상태다. 지난해 7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 등으로부터 2조3710억원을 투자받아서다.
업계 관계자는 “야놀자는 흑자를 내는 정보기술(IT) 기업이란 점에서 시장 상황만 받쳐주면 올 3분기 미국 나스닥시장 상장 계획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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