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성장의 기적, 담대한 투자 가능해야

입력 2022-06-09 17:20   수정 2022-06-10 00:12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받는다.’ 19세기 후반 독일 사회주의 노동자당 강령에 대한 마르크스의 비판인 ‘고타 강령 비평(Critiques of Gotha Programme)’에 등장하는 문구다. 고도화된 공산주의 사회를 나타내는 표현이지만 현실과 괴리된 명제다. 하지만 자유 진영에서도 2차 세계대전과 그 직후까지 시장경제에 대한 확신이 약했던 것도 사실이다. 전쟁 기간 독일에 대항하는 연합국의 일원이었기에 소련 공산주의 성과에 대해 당시 미국 언론이나 지식인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또한, 미국을 위시한 주요 시장경제 국가가 대공황에 신음하는 동안 소련은 저개발 농업국에서 공업발전을 이룬 신흥 산업국으로 대비되기도 했다.

하지만 성장에서 시장경제의 우월성은 역사적인 증거로 확고하다. 자원 부국이 아닌 이상 시장경제를 채택하지 않고 선진 고소득 국가로 탈바꿈한 경우는 찾기 힘들다. 핵심 이유는 무엇인가? 표면적으로 시장경제를 표방하는지 사회주의를 내거는지와 별도로, 국가 간 경제성장의 격차는 결국 시장경제의 핵심이 실제 시스템에 어떻게 구현되는지로 설명된다.

그런데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분배받는다’는 해당 명제의 핵심 문제는 성과와 분배의 분절(分節)이다. 반면 시장경제는 사유재산과 가격 메커니즘을 통해 성과와 분배를 연결한다. 경제학 용어로 ‘가장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위해서는 생산요소의 한계 생산성이 해당 생산요소의 보상과 일치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즉, 시장경제의 우위는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성과를 기여에 따라 자신이 보상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특히 그 성과는 시장에서 자유롭게 결정된 가격으로 측정되고 결과물은 사유재산으로 보존돼야 한다. 그렇기에 성과 차이의 핵심은 이런 자유경쟁과 가격 결정의 원칙이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 그리고 사유재산 원칙을 확립해 성과와 분배의 원활한 연결을 실제 신뢰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최근 주요 기업이 사회적인 분위기 전환과 함께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자본 투자 없이 고용이 창출될 수 없고, 투자를 통한 자본 축적 그리고 이를 통한 지속 가능한 고용이 경제 성장의 원동력임을 고려하면 성장동력 약화를 고민하던 우리 경제에 기쁜 소식이다. 하지만 투자는 언제나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불확실한 미래 가운데 담대한 도전이다. 따라서 그 용기 있는 도전의 결과를 정부나 국가가 수탈하거나 왜곡할 수 있다고 걱정하면 기업들은 그 여정에 뛰어들 수 없다.

특히 현재와 같은 긴축의 시대에 미래 생존과 발전을 고민하며 투자에 나서야 하는 이에게는 더욱 그렇다. 결국 기업이 투자 계획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투자를 담대하게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편하고 성과에 따라 분배받고 사유재산이 침해받지 않도록 하는 정책이 핵심이다.

과거에는 온대와 열대의 기후 차이가 경제 성장의 결과 차이를 만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실제로 적도에 가까운 지역에서는 성장의 성과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미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대런 애쓰모글루와 사이먼 존슨, 버클리대의 제임스 로빈슨 교수는 ‘비교발전의 식민지적 근원: 실증 분석’ 연구를 통해 그 차이가 기후 자체보다 질병 감염 확률이 높아 경제 활동을 위한 이주가 어려웠던 열대 지역에서는 수탈에 의존하는 체제가 성립한 반면, 이주가 가능한 온대 지역에서는 사유재산권을 보장하고 합리적인 투자를 행하는 경제체제가 이식된 결과임을 지적한 바 있다. 결국, 경제 성장의 격차는 ‘수탈’ 대비 ‘재산권과 자유로운 경제활동 보장’의 차이가 만들었다는 뜻이다.

경제 성장은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국가 가운데 성장을 이룩한 경우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손에 꼽을 정도여서 ‘성장의 기적’으로도 불린다. 그 기적이 가능한 환경의 기초에는 자유롭고 원활한 가격과 분배 결정이 가능한 경쟁과 시장경제, 그리고 사유재산권을 존중하는 합리적인 입법·사법 체계가 있다. 정부는 민간의 재산권 내지는 본질적 활동 자체를 규제하거나 통제한다고 느낄 수 있는 과중한 세금과 불합리한 인허가제도, 자의적인 행정처분 등을 지양함으로써 기업 환경 개선에 적극 노력해 기업의 담대한 투자 계획에 화답할 때 성장의 기적이 다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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