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가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양성 판정을 받은 병사에 대한 차별정책을 수십 년 만에 폐지했다. 이로써 에이즈 양성 병사도 해외 파병과 진급 등에서 차별받지 않게 됐다.
9일(현지시간) 미 NBC 뉴스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방부 내부 문건을 입수해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 6일 공식 시행됐다.
보도에 따르면 미 국방부가 1980년대부터 채택해온 이 정책을 폐기한 것은 지난 4월 초 나온 연방 법원의 판결 때문이다.
당시 워싱턴 DC 주 방위군 소속으로 에이즈 양성 판정을 받은 닉 해리슨 병장은 진급을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고, 미 버지니아주 동부 연방지방법원 레오니에 브린케머 판사는 "에이즈에 걸린 병사가 단지 그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이유로 차별받으면 안 된다"고 판결했다.
브린케머 판사는 "국방부가 에이즈를 만성 질환으로 분류한 것은 현대 의학 수준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처음 에이즈가 세상에 알려졌을 때만 해도 한 번 발명하면 각종 감염질환에 시달리다 2~5년 이내에 거의 사망했지만, 지금은 에이즈에 걸려도 조기 진단해 약을 잘 먹으면 별다른 지장 없이 살 수 있는 감염병의 하나가 됐다.
이를 반영하지 않고 여전히 에이즈 양성 병사의 해외 파병과 진급을 제한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는 게 판결의 취지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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