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모델 김희연 “남들 따라가는 것보다 내게 맞는 스타일을 찾아 가야죠”

입력 2022-06-09 15:41  

비워내는 마음과 이뤄내는 꿈, 그 성장의 진언 속에서


[박찬 기자] 한계점을 뒤로한 이들에게 불안감은 그 자체로 쌓여간다. 이들의 그늘은 그 불안감과 역력함 사이에서 피어났음에도 쉽사리 무너져 내리는 법이 없다. 도리어 세상을 새롭게 지펴준다. 누군가는 그 막막함에 지쳐 추억으로 미련을 뒤섞곤 하지만 그런 잡념은 세상과 나 자신의 거리를 벌려놓을 뿐, 결코 표면 앞으로 좁혀주진 않는다.

“방향성과 이미지를 구축하는 일에 있어서 힘든 시간도 물론 길었지만, 이젠 마음을 비우고 천천히 준비하려고 해요. 그렇게 언젠가 기회가 찾아왔을 때 놓치지 않는 모델이 되고 싶어요” 청초한 얼굴과 기다란 신장, 그리고 완벽에 가까운 비율. 모델 김희연을 파고들 키워드는 이토록 무수히 많지만, 그가 스스로를 믿음으로 덧칠하게 된 건 중심점을 굳혀간 이후부터였다고.

쌓여가는 불안감 속에서도 늘 굳혀온 중심점은 그 기다림에 대한 보답이었는지, 새로운 구간 앞에 그늘로 얹혀져 삶을 다독인 듯 했다. “평소 주변에서 ‘목표를 앞두고 있을 때 한결 마음이 단단해 보인다’라는 말을 자주 들어요. 앞으로도 그 단단함을 지키며 노력하는 것이 목표에요. 물론 그 과정에서 즐거움도 당연히 놓치고 싶지 않고요(웃음)”

때론 조그마한 쉼표가 큰 서사가 되어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 모델 김희연은 그때의 발자취, 흑백의 한계점을 그 자체로 쌓아가는 듯했다. 그렇게 마음을 비운 직후 꺼내든 건 다름 아닌 나라는 중심이었기에 모델로서의 증명으로나마, 혹은 다짐 앞의 증명으로 남아 스스로를 다시 한번 가꿔나갈 예정이다.

Q. 표현하기 힘든 색감을 끝내 본인만의 분위기로 소화하더라. 촬영하는 내내 표현하는 포즈들이 한 눈에 들어왔다

“무엇보다도 꽃 소품을 활용한 콘셉트가 인상적이었다. 어떤 모습으로 (꽃을) 잡아야 더 극적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 고민이 컸다”

Q. 워낙 군더더기 없는 마스크를 갖고 있는 만큼 그동안 뷰티 화보 촬영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런 부분에서 이번 화보 촬영이 더욱 뜻깊었을 듯 한데

“아무래도 아직까진 전신보다는 상반신 위주의 촬영이 더 익숙한 편이지만, 의상과 헤어&메이크업 모두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수월히 촬영할 수 있었다. 임하는 와중에도 틈틈이 모니터링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잘 나오고 있더라(웃음). 이번 촬영을 계기로 모델로서 한층 더 성장했다고 느낀다”

Q. 기다란 키에 이상적인 프로포션을 갖고 있지 않나. 해외 컬렉션 무대에도 충분히 도전해볼 만하다고 느낀다

“지금은 해외 에이전시 소속으로 활동중이지만,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해외 진출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했다.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을까’라는 고민을 한 이유는 해외 진출로 성과를 낸 모델들의 얼굴이 나와 사뭇 다른 느낌인 거다. 조금 더 강렬하고, 유니크하면서도 패셔너블한 그런 모습 말이다. 그렇게 자신감이 부족한 상태로 임하게 되었는데 운좋게도 당시 한류 열풍에 힘입어 에이전시와의 접점이 열렸다. 어찌 보면 그동안의 난 너무나 편협한 사고관에 갇혀 있었을지도 모른다. 새로운 세계에 도전하는 것 자체를 겁먹고 있었던 것일 수도 있고”

Q. 실제 그 증거로 최근 Sorbet Magazine(소르베 매거진)에서 감각적인 금발 여인으로 분하는가 하면, 지아드나카드(Ziad Nakad)의 22 S/S 컬렉션에 나서기도 했다. 확실히 하이패션 모델로서 경쟁력 있는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해외 컬렉션 무대에 진출할 용의가 있는 건가

“그렇다. 한번 시작한 이상 어느 정도의 결과물을 내기 전까지 포기할 생각은 없다”

Q.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지속하고 있는 노력이 있다면

“스트레스 받아가면서 식이요법을 강행하고 싶진 않기에 평소 적절한 루틴으로 체형을 가꾸는 편이다. 몸에 근육이 잘못 붙으면 실루엣 자체가 부해지고, 상체보다 하체 쪽에 무게감이 있는 만큼 신체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예전부터 ‘모델인데 배우상’, ‘그냥 뷰티 촬영만 하는 모델’이라는 말을 자주 들어 왔는데, 당시로서는 이런 한계성 짙은 수식어를 반갑게 느끼진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어울리지도 않는 숏 컷으로 자르고, 괜히 유니크한 옷을 입으려고 노력했던 날도 있었다. 이젠 그런 것들을 벗어나 그냥 ‘나 다운 것’을 찾고자 노력한다. 인위적이지 않고 내추럴한 그런 멋. 남들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내게 맞는 스타일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그러면 캠페인 모델 뿐만 아니라 컬렉션 런웨이 모델로서도 욕심이 있는 건가

“물론이다. 앞서 말씀해주셨던 지아드나카드 컬렉션에 나섰을 때도 현지 반응이 참 좋았다. 확실히 레디 투 웨어보다는 상대적으로 오뜨 꾸띄르 컬렉션에서 더 긍정적으로 봐주시는 편이다. 앞으로 기회가 온다면 두 가지 컬렉션 모두 나서서 진출해보고 싶다”

Q. 글로벌한 촬영 활동이 잦아지는 만큼, 소통하는 부분에서 어려운 부분은 없나

“아무리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도 한국에서는 영어로 소통할 일이 별로 없지 않나. 처음 해외로 나갔을 때는 그저 막막하고 겁이 났다. 네덜란드에서 커피를 너무 마시고 싶었는데 주문하는 과정마저 너무 겁이 나더라. 혹시라도 내 말이 잘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근데 그 두려움을 깨고 익숙해지다 보니 이젠 그때보다는 훨씬 편하게 소통할 수 있게 됐다”


Q. 모델로서 이렇게 좋은 신체적 조건을 갖추었음에도 다른 누군가의 역할이나 강점을 부러워해 본 적 있는지 궁금하다.

“해외 진출에 욕심이 하나도 없다가 이번에 처음 경험해보지 않았나. 막상 나가고 나니 멋진 패션 하우스가 눈 앞에 있었고, 그 관계자들을 본사 미팅 때 접하면서 해외 컬렉션에 대한 열망이 커졌다. 근데 아무래도 대부분 유니크하고 스키니한 스타일의 모델들이 쇼를 많이 섭렵하더라. 내가 골반이 넓고 인상은 청순한 편인데 나와 반대되는 느낌의 모델들을 볼 때마다 부러움이 컸다”

Q. 그러면 유명 패션 하우스의 무대에 서는 것이 지금의 목표 중 하나인 건가

“그렇다. 그것을 이루기 위해 나만의 강점을 키우는데 힘써볼 예정이다”

Q. 처음 나서게 된 화보 촬영장에 서서 카메라를 들여다봤을 때 어색함이 크진 않았는지

“익숙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첫 촬영 자체가 어려운 콘셉트로 짜여져 있었다. 내가 소화하기 어려웠던 포즈나 콘셉트였음에도 책임감을 갖고 임했는데 결과물이 좋지 않아 무척 아쉽더라. 그 사건을 계기로 포즈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이 많이 생겼던 것 같다.

Q. 그 두려움을 극복하게 된 계기는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모델 활동을 하는 지인의 촬영에 놀러간 적이 있는데, 포즈를 취할 때 흘러가는 과정을 자연스레 접하게 된 거다. 그렇게 촬영 중간 중간의 노하우와 포인트를 어느정도 깨우치게 되었고, 모델로서의 자신감도 점점 늘게 됐다”

Q. 모델 일은 좋아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 중 어느 영역에 더 가깝다고 느끼나

“원래 미대 입시를 했고 패션디자인과를 졸업한 만큼, 디자인에 대한 애착이 크다. 개인적으로 어느정도의 재능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고. 반면에 모델 일은 잘해서 한다기 보다는 좋아해서 하는 일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20대의 예쁜 몸과 얼굴을 사진, 영상으로 소중하게 간직할 만한 기회가 많지 않다. 이런 것들을 누릴 수 있고 도전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행복하다고 느끼곤 한다”

Q. 그러면 처음 이 전공에 들어서게 되었던 이유도 디자이너가 되고 싶었기 때문인가

“물론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미술을 접해온 만큼 모델보다는 디자이너 쪽으로 나아가고 싶었다. 그중에서도 패션이 아닌 시각 디자인을 전공으로 삼고 싶었지만, 입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갑작스럽게 선로를 바꾸게 되었다”

Q. 대학교에 입학한 이후 모델 일을 접하게 된 계기도 궁금하다

“신입생 OT 당시 교수님께서 ‘너가 디자인한 옷을 모델로서 직접 입고 나가면 정말 멋지겠다’라고 하셨는데, 그 말을 듣고나서 모델 일에 대한 열망이 번쩍 생긴 거다. 부모님께서 좋은 키와 얼굴을 물려주시고, 주변에서도 (모델 일을) 도전해보라는 말을 자주 해주는데 ‘이 기회를 살리지 않으면 나중에 평생 후회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이왕 패션디자인이라는 전공을 택한 만큼, 현장의 분위기를 먼저 체험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견해도 있었고. 아울러 모델로 활동하며 쌓일 인지도가 디자이너로서 언젠가 새로운 작업을 시작할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Q. 모델 일을 시작하고 나서 생각했던 것보다 힘들거나 어려웠던 부분도 있나

“’키에 비해 얼굴이 청순하다’, ‘얼굴은 청순한데 키가 너무 크다’ 주변에서 이런 이야기를 접할 때, 내가 가야할 포지션이 잘 잡혀있지 않고 애매하다고 느꼈던 적이 있었다. 요즘엔 OTT 플랫폼이 창설되고 모델과 엔터테이너의 접점이 증가한 만큼 그 시각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지만, 그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내 방향성과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에 있어서 혼란스러움이 컸다. 육체적으로 지치고 고된 것보다 미래에 대한 걱정이 내게는 더 크게 와닿은 것 같다” 

Q. 그렇다면 지금 이 시점에는 방향성에 대한 주관이 어느정도 자리 잡힌 건가

“그런 느낌이다. 내 가치를 측정하는 것에 있어선 제 3자의 판단이 가장 정확하다고 믿기 때문에 마음을 비우고 천천히 준비하고 있다”

Q. 일하면서 꼭 지키려고 하는 신조나 가치관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고 잡아야 한다는 것, 촬영 시 현장 관계자 분들에게 예의를 다해야 한다는 것. 이 두 가지 신조는 꼭 지키고자 노력한다”  


Q. 모델이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찬사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모든 걸 소화할 수 있는 모델’이 아닐까 싶다. 어떠한 콘셉트나 무드가 주어져도 자신의 영역 안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모델의 역할이니까”

Q. 롤모델로 삼고 있는 모델이나 엔터테이너가 있다면

“주우재님. 모델과 방송인 사이에서 본인만의 길을 개척해나가시는 것 같아서 정말 대단하다고 느낀다. 나 또한 기회가 온다면 예능 프로그램의 패널로 출연해 자유로운 입담을 선보이고 싶다(웃음)” 

Q. 본인의 기준에서 가까이하고 싶은 사람과 멀리하고 싶은 사람은 어떻게 나뉘는지

“개인적으로 사람의 됨됨이를 잘 알아보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워낙 좁고 깊은 인간 관계를 선호하기 때문에 직접 다가가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그중에서도 뭔가 나와 잘맞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이들이 있다. 그런 친구들과는 군더더기 없이 순수하게 잘 대하지만 이와 반대로 겉과 속이 다르거나, 본인의 필요에 따라서 연락이 오는 이들은 멀리하곤 한다”

Q. 외향적인 성향임에도 낯을 은근히 가릴 것 같은데 첫인상으로 차가워 보인다는 말을 자주 듣진 않나

“고등학생 때부터 정말 자주 들어왔다. 친해지기 이전까지는 경계심을 다소 갖추고 있기에 상대방 입장에서는 그렇게 느꼈을 수 있다” 

Q. 한쪽 팔 아래의 타투는 반려견 ‘보리’와의 추억을 위한 증표라고 들었다. 가장 사랑했던 존재의 흔적을 매일 거울로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 어떤 소감일지 궁금했다

“함께 했던 반려견이 세상을 떠나면 시간이 흐를수록 그 얼굴과 울음 소리 모두 잊혀져 간다고 하지 않나. 나같은 경우에는 매일 거울이나 카메라를 통해 (타투를) 되새기게 되는 것 같다. 사실 타투의 위치가 눈으로 봤을 때 딱히 예뻐 보이는 곳은 아니지만, 항상 내 몸과 함께 보리의 얼굴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이 주요했다. 어떤 촬영을 하든 그 얼굴을 기록물로 함께할 수 있음에 기쁜 마음이다”

Q. 지금의 반려견 ‘대추’와 함께 지내며 또 다른 감정을 느낄 듯한데 애틋함이 더욱 커졌을 것 같다

“사실 보리를 떠나보낸 이후로 다른 반려견을 데려오고 싶지 않았지만 부모님께서 (그 허전함에) 너무 힘들어하시더라. 그렇게 5개월 된 대추를 데려오게 됐는데, (보리와) 정말 정반대의 성격을 갖추고 있어서 새로운 감정으로 맞이하고 있다(웃음)”

Q. 지금보다 더 나은 모델,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부분

“난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지만, 평소 주변에서 ‘목표를 앞두고 있을 때 마음이 단단해보인다’라는 말을 자주 들어왔다. 앞으로도 한결같이 그런 단단함을 지키며 노력하는 것이 목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즐거움도 놓치고 싶지 않고”

Q. 20대가 가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 3가지를 꼽자면

“디자이너로서 아트워크적인 프로젝트도 진행해보고 싶고, 앞서 말했듯이 토크 쇼에 나가 패널로 나가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고 싶다. 마지막으로 조금 소소한 목표이긴 하지만, 머리카락 기장을 허리 위까지 길러서 긴 헤어 스타일을 만들어보는 것(웃음)?”

Q. 어렴풋이 그리는 올해 하반기의 목표와 계획

“나만의 아이덴티티를 확립해 내년부터는 디자인 쪽으로 활발하게 활동해보고 싶고, 모델로서는 해외 컬렉션 무대에서 어느정도의 성과를 이뤄내 결과물을 쌓아 나가는 것이 목표다”

에디터: 박찬
포토그래퍼: 두윤종
의상: 블루마린, 배리(BARRIE)
슈즈: 렉켄
주얼리: 넘버링(NUMBERING), SMFK
헤어: 정샘물인스피레이션 웨스트점 이솔 디자이너
메이크업: 정샘물인스피레이션 웨스트점 지민 디자이너
플로리스트: 유지혜(플라워바이유지)
 
bnt뉴스 기사제보 parkchan@bn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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