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과 진화의 왕 곤충의 생존 전략

입력 2022-06-09 13:31   수정 2022-06-09 13:32

국립중앙과학관과 함께하는 과학 이야기 (4)
우리는 곤충을 작고 하찮은 존재로 여긴다. 기껏해야 다리가 여섯 개 달린 신기한 동물 정도로 생각한다.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을 향해 "벌레만도 못한 놈"이라고 욕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생물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곤충은 결코 무시할 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곤충은 약 4억8000만 년 전 지구상에 처음 등장했다. 그에 비해 인간의 역사는 20만 년밖에 안 된다. 약 2억 년 전 공룡이 살던 시대에도 곤충은 있었다. 곤충은 살기 좋은 온대지방은 물론 무더운 열대지방, 추운 극지방 등 지구상 모든 곳에 분포한다.

수로만 따지면 전 세계 생물의 절반이 곤충이다. 열대우림처럼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워 조사하지 못한 지역까지 포함하면 지구상 생물의 80%가 곤충일 것이라고 곤충학자들은 말한다. 곤충이 오래도록 살아남은 비결은 무엇일까.

나비의 날개 무늬는 천적으로부터 몸을 감추는 역할도 하지만 중요한 기능이 하나 더 있다. 체온 조절이다. 북극에 사는 네발나빗과 나비들은 몸통이 검고, 날개에 검정 무늬가 있다. 검은색은 빛을 흡수하는 성질을 지닌다. 북극의 나비들은 날개로 빛에너지를 흡수해 체온을 유지한다. 반면 더운 지방에 사는 나비들은 빛을 반사하는 흰색 날개를 갖고 있다.

초여름 해질녘이 되면 우리 눈앞에서 알짱거리는 귀찮은 벌레가 있다. 깔따구라는 곤충이다. 깔따구는 남극에도 산다. 깔따구 애벌레는 남극의 차가운 얼음 속에서 2년이나 견뎌내야 어른벌레가 된다. 깔따구 애벌레는 단단한 껍질 속에 들어가 추위를 버텨낸다. 나방 애벌레들은 나뭇잎 사이에 숨거나 자신만의 집을 만들어 천적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한다.

이처럼 곤충들은 각자 살고 있는 환경에 맞게 진화해 왔으며 인간이 살기 어려운 곳에서도 잘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다. 여름이 되면 주변에서 더 많은 곤충을 보게 된다. 인간보다 훨씬 오랜 역사를 지닌 생명체 곤충을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면 어떨까. 신기하고 재미있는 장면이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김다솜 국립중앙과학관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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