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달러 강세로 물가상승 압력 '본격화'…금리는 0.25%포인트 인상이 적절"

입력 2022-06-09 14:12   수정 2022-06-09 14:13

한국은행이 미국 달러화 강세에 따라 물가상승 압력 현상이 본격화했다고 진단했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물가 목표보다 상당 폭 높아지는 상황도 우려했지만, 기준금리 인상 폭을 확대할 시기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한은은 9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2년 6월)를 통해 "지난해 10월 이후 원화기준 수입 물가 상승률이 계약 통화기준 수입 물가 상승률을 지속해서 웃도는 등 달러화 강세에 따른 물가 상방 압력이 본격화했다"며 "환율의 수입 물가에 대한 기여도는 지난해 10월 이후 플러스로 전환하면서 광산품과 함께 수입 물가 상승을 주도했다"고 밝혔다.

품목별로는 에너지 부문에서 환율 효과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원유·천연가스 등 에너지 부문 주요 품목에 대한 결제가 대부분 달러화로 이뤄지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결제통화별 수입 비중(통관기준)은 미 달러화가 80.1%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한은은 "최근 물가 오름세 확대와 관련해 에너지 가격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며 "미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 가속 등으로 환율상승압력도 상당한 만큼, 에너지 가격-환율이 상호 작용하면서 물가 상승압력을 가중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물가 오름세가 확대되는 가운데 경제주체들의 기대인플레이션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주체들이 새로운 정보를 기대에 빠르게 반영하면서, 기대인플레이션과 물가 간 상호작용이 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의 단기(향후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7%로 일반인(3.3%)보다 높았다.

박종석 부총재보는 "기대인플레이션 높아지는 상황에 대해 매우 유의하고 있고, 향후 물가는 상방 리스크가 더 높다는 판단"이라며 "통화정책은 성장이 잠재성장률보다 조금 높게 유지된다는 것을 전제해 물가에 비중을 두고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스탠스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물가가 많이 올라서 실질 금리가 많이 오르지 않았다는 얘기는 맞는 얘기로, 지금 형성된 기준금리 기대(2.5%, 2.75%)는 합리적인 수준이라 생각한다"며 "경기 면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나 원자재 가격이 올라서 비용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들과 중국 경기 둔화 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 올리는 빅스텝이 단행될 가능성에 대해선 일축했다. 박종석 부총재보는 "빅스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건 아니고 열어두고 있지만 아직은 0.25%씩 금리를 올리는 게 적절하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상황을 봐가면서 혹시라도 (빅스텝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기대조정에 나설 것"이라며 "시장 변동성을 크게 하지 않으면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기대를 조정해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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