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통신회사 AT&T가 주주들에게 나눠준 자회사 주식에 대해 과세당국이 시가 기준으로 배당소득세를 징수해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국내 AT&T 주주는 5000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투자자들로부터 세금을 걷지 않은 증권사들이 뒤늦게 원천징수에 나서며 투자자들의 불만과 혼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삼성증권·NH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 측의 서면질의에 대한 답변서를 최근 보냈다. 기재부는 “분할신설법인 주식은 소득세법 제17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의제배당에 해당하며, 같은 법 시행령 제27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시가로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AT&T의 자회사가 다른 기업과 합병하는 과정에서 기존 주주들에게 지급된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티커명 WBD) 주식에 대해 증권사마다 세금을 다르게 징수해 논란이 불거졌다.(▶본지 5월 5일자 A1, 3면 참조) AT&T는 지난 4월 미디어 자회사인 워너미디어스핀코를 디스커버리와 합병해 신설법인인 WBD를 세웠고, AT&T 주주들에게 AT&T 1주당 WBD 0.24주를 나눠줬다.
삼성증권·NH투자증권·신한금융투자는 WBD 시가(24.07달러)의 15.4%를 배당소득세로 원천징수했다. 반면 미래에셋증권·키움증권·한국투자증권은 WBD 액면가(0.0056달러)의 15.4%를 세금으로 징수했고, 대신증권 등은 아예 세금을 걷지 않았다.
논란이 커지자 국세청도 이번 사안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다만 사안이 복잡하고 과거 참고사례가 없어 최종 해석기관인 기재부에 이관했다. 기재부에서도 사안의 중대함 때문에 이례적으로 빠르게 답변을 내보냈다.
과세당국은 “삼성·NH·신한 3사의 원천징수가 적절했다”고 해석했다. 분할·합병 과정에서 AT&T 주식 수가 감소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가를 배당소득으로 보는 게 적절하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금융투자협회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증권사들에 안내할 예정이다. 과세당국의 해석이 나온 만큼 다른 증권사들도 3사와 동일하게 WBD 시가로 배당소득세를 원천징수해야 한다.
투자자들로부터 뒤늦게 세금을 걷어야 하는 만큼 상당한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투자자들에게 내용을 고지한 후 증권계좌에서 배당소득세를 징수할 계획”이라며 “다만 투자자들의 반발과 혼란이 심할 것으로 예상돼 세부적인 절차는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한편 3사를 제외한 증권사들은 법정 신고기한(5월 10일)이 지났기 때문에 가산세를 내야 한다. 납기 내에 세금을 내지 않으면 3%의 납부지연가산세가 부과되고 초과한 시점으로부터 매일 0.022% 가산세가 추가로 붙는다. 당시 원천징수를 하지 않은 증권사 중 일부는 해당 사안이 논란이 되자 회사 자금으로 세금을 납부해 리스크를 최소화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과거 사례가 없었던 만큼 과세당국에서 가산세 감면 여부를 검토할 가능성도 있다. 국세기본법 제28조 제4항에 따르면 납세자가 가산세 감면을 신청할 경우 관할 세무서장이 검토 후 승인할 수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아직 신청서가 접수되지 않아 검토한 바는 없다”고 말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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