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공원 시범 개방 첫날…"이국적" vs "오염 덩어리"

입력 2022-06-10 15:03   수정 2022-06-10 15:12


10일 오전 용산공원 14번 게이트 앞은 11시 입장을 기다리는 100여 명의 시민으로 북적였다. 자신을 해병대 출신이라고 소개한 서오석 씨(72)는 “그간 미군 기지 등 관련 시설이 공개되지 않았는데 용산공원을 개방한다고 해서 바로 관람 신청을 했다”며 “해군 출신으로서 군인의 터를 둘러볼 생각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인근 용산공원 부지가 이날부터 오는 19일까지 열흘간 시범 개방된다. 국토교통부는 신용산역 인근에서 대통령실 남쪽을 지나 국립중앙박물관 북쪽에 이르는 직선거리 약 1.1㎞ 구간을 시범 개방하기로 했다.

오전 10시 52분. 현장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방문하자 대기 중이던 시민들은 원 장관과 사진 촬영을 하기도 했다. 오전 11시 5분께 트럼펫 소리와 함께 입장이 시작됐다. 14번 게이트로 입장하면 바로 보이는 1950년대 장군 숙소 구역에서는 “정말 미국에나 있을 법한 건물”, “해외에 온 것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원 장관은 장군 숙소를 지나 내리막길에 위치한 ‘경청 우체통’ 앞에서 “120년간 국민의 발길이 닿지 못한 용산공원이 시민들을 위한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편지를 우체통에 넣기도 했다. 바람공원까지 원 장관의 동선을 따라 가이드가 동행하며 공원 부지에 대한 설명을 했다. 해설 담당자가 “미국풍의 전원 분위기와 초목 길을 간직한 곳”이라고 설명하자, 원 장관은 “영구 개방하면 용산에서 아주 특색 있는 장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집무실이 보이는 바람공원 앞 전망대로 올라가려는 대기하는 시민들도 많았다. 안내원들이 “5명씩 차례로 오셔야 한다”, “지금은 24명 정원이 차 밑에서 기다려야 한다”며 전망대 계단을 오르려는 시민들을 제지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앞뜰도 방문 신청 대기 줄로 인산인해였다. 15분 단위로 40명씩 입장 가능하다는 설명에 “더 빨리는 들어갈 수는 없냐”고 묻는 시민도 있었다. 서울에 거주 중인 성태헌 씨(26)는 “공원에 들어와 가장 처음 눈에 띈 곳이 여기”라며 “대통령이 일하는 곳을 코앞에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더위를 참고 관람을 신청하러 왔다”고 전했다.

한편 입장 전에는 용산공원 개방을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기자회견이 열리기도 했다. 이들은 이번에 개방하는 용산공원 부지면적 중 최소 66%가 토양환경보전법 기준치 이상으로 오염됐다고 주장했다. 오전 10시께 녹색연합 회원 약 10명은 14번 게이트 앞에서 맹독성 독극물과 토양 오염 물질인 TPH 등 발암 물질이 대거 검출됐는데도 정부가 앞장서 법을 어기고 있다며 공원 개방을 철회하라고 외쳤다. 이들은 “오염덩어리 미군 기지 정화가 우선이다”, “미군기지 오염시킨 미군에게 책임을 촉구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약 30분간 연설했다.

용산공원 개방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개방 첫날인 10일에는 오전 11시부터 개방되며 마지막 날인 19일에는 오후 1시에 입장이 마감된다. 관람 신청은 ‘네이버 예약’ 페이지를 통해 가능하다. 웹사이트에서 ‘용산공원 시범 개방’을 검색하거나 아내 홈페이지 예약 버튼을 누르면 예약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다. 관람 시간은 2시간으로 한 회당 500명씩 하루 최대 2500명의 관람객을 받는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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