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전역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의문의 '주사기 테러'가 잇따르고 있어 주의가 당부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7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이같은 상황을 전하며 영국에 사는 에바 킬링(19)과 프랑스의 닐스 마르졸프(21)씨의 경험담을 공개했다.
영국에 거주하는 에버 킬링씨는 지난 4월 친구들과 술집에서 시간을 보내다 팔이 따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몸 상태가 이상해 바람을 쐬러 밖으로 나갔지만 말을 하거나 걸을 수 없었고 결국 쓰러졌다고 밝혔다. 그는 다음날까지 말이 잘 나오지 않고 구토를 했으며 팔이 부어 병원에 갔더니 감염된 주사 바늘에 찔린 것 같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놀랐다.
프랑스 남동부 도시 리옹에 사는 닐스 마르졸프 씨 역시 지하철역에서 낯선 사람들이 자신의 옆을 스치는 순간 팔이 따끔하단 것을 느껴 자신의 팔을 확인하자 바늘 자국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들의 사례처럼 나도 모르는 순간 의문의 주사기 테러를 당하고 피해를 호소한 사례는 유럽 전역에서 나오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지난 3월 말부터 300건 이상의 관련 민원이 당국에 접수됐다. 특히 현지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들이 기억상실을 겪거나 주사기에 찔린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린 탓에 가해자를 체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벨기에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는 보고가 접수되고 있다. 나이트클럽, 축구 경기장, 축제 현장 등 주로 사람이 많이 모인 장소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주사기에 담긴 성분의 정체는 물론 범행 동기가 무엇인지도 오리무중이다.
피해자들은 팔이 부어 올랐으며 걷거나 고개를 들 수 없었고, 말도 할 수 없었으며, 구토도 했다고 밝혔다.
WP는 "범행에 쓰인 주사기와 진통제, 일부 마약성 약품 등은 온라인에서 쉽게 구입이 가능한 것들"이라며 주의를 당부했다.
프랑스 리옹의 한 지하철역에서 주사기 테러를 당한 적 있다는 닐스 마르졸프는 "낯선 사람들이 내게 다가오면서 주머니를 뒤적거리는 모습을 봤다"며 "의사들은 내 팔에 남은 자국을 보고도 어떤 약물이 사용됐는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제 공공장소에 돌아다니는 게 무섭다"고 호소했다.
일부에서는 주사기 테러가 폭행, 강간, 인신매매 등 중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음료 테러 대응을 위해 설립된 영국의 비영리 단체 '스템프아웃'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자신도 인식하지 못한 상황에서 범죄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숨기고 창피해하는 경우가 있다"며 "본인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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