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교육부에 첨단산업 인재 양성을 강력히 주문한 데 대해 교육 전문가들은 “반도체 학부 정원을 늘리는 방안만으로는 일자리 미스 매치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학부 수준에서 특정 학과 정원을 확대하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진단이다.
국가인재경영연구원은 10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윤석열 정부 교육부 장관에게 바란다’를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이날 포럼에서 전문가들은 산업계 수요에 맞춘 대학 개편 방안을 중심으로 교육부가 추진해야 할 정책 좌표를 제시했다.
학부 중심의 접근책으로는 산업계가 정말 필요로 하는 고급 인력을 양성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대 학생부 종합전형 틀을 설계한 김경범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는 “반도체 기업에서 필요한 인력은 석사 이상 인력”이라며 “현재 서울대를 비롯한 전국 모든 대학원은 정원만큼 학생을 못 뽑아 붕괴 상태인데 첨단산업 분야도 대학원 인력 양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일몰제’로 첨단학과를 신설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배 교수는 “반도체학과뿐만 아니라 각종 신산업 학과를 계속 만들어야 할 텐데, 경직적인 조직인 대학 입장에서는 학과를 신설하면 65세까지 정년이 주어지는 교수를 채용해야 해 부담이 크다”며 “탄력적, 한시적인 일몰제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교육부가 스스로 정책을 생산하는 기능이 없어진 지 오래”라고 진단했다. 교육부가 효과적인 정책을 추진하려면 각 교육청, 지방자치단체와 협조해야 하고, 올해부터는 국가교육위원회까지 더해져 무엇을 해내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서울, 인천, 경기는 이번 지방선거 결과 지자체와 교육감 정치 성향이 다르니 정책 추진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현재 교육청 소관인 지방교육교부금을 대학과 나눠 쓰는 문제, 수도권 대학 정원 문제 등은 교육부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의 지적 이후 정부와 여당은 합심해 규제 개혁에 착수했다. 교육부는 반도체 관련 학과의 정원을 2만 명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전날 이날 오후 공개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외부 일정을 취소하고 내부적으로 첨단산업 인재 양성 방안 마련에 몰두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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