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제7차 핵실험이 임박했단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한국과 미국의 국방장관이 공동 대응방안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이날 오전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가 열리는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회담하고 대북정책 공조 및 확장억제, 연합준비태세,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협력에 관해 논의했다.
이번 회담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날 끝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자위권을 언급하며 국방력 강화와 '강대 강' 원칙을 재확인, 7차 핵실험을 비롯한 도발을 지속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열렸다.
국방부에 따르면 두 장관은 한반도를 포함한 역내외 안보 상황이 엄중하다는 데 공감하고 긴밀한 한미공조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또 북한의 잇단 탄도미사일 발사와 7차 핵실험 준비는 한반도는 물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매우 심각하게 위협하는 도발 행위임을 지적하고 이를 규탄했다.
회담에선 북한의 핵실험 도발 시 신속한 확장억제 제공 등 공동 대응 방안이 주요하게 다뤄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장관은 회담 후 취재진과 만나 "확장억제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여러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포괄적인 수준에서 전반적으로 논의했다"며 "한미정상회담에서 논의된 국방 현안들의 후속조치를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는 회담에서 한미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가동, 한미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TTX) 개최, 미 전략자산의 조율되고 적시적인 전개 등을 위한 양측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스틴 장관은 미국이 핵, 재래식 및 미사일 방어 능력을 포함해 가용한 모든 범주의 군사적 능력을 활용,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를 지속해서 제공할 것임을 강조했다.
두 장관은 또 굳건한 억지 및 상시대비태세 유지를 위해 지난달 한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연합훈련 규모 확대의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아울러 주한미군의 훈련시설에 대한 안정되고 자유로운 접근이 상시전투 준비를 갖춘 연합방위태세 유지에 핵심적이라는 점에 주목했다고 국방부는 전했다.
이는 경북 성주에 '임시배치' 상태로 놓여있는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 정상화, 경북 포항 수성사격장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주한미군 아파치 헬기 사격훈련이 제한된 상황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두 장관은 또 역내 평화와 번영의 핵심축(linchpin)인 한미동맹을 자유·인권과 같은 보편적 가치를 토대로 인도·태평양 지역 및 전세계 평화와 안보, 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공동의 약속을 강조했다.
이 장관과 로이드 장관의 양자 회담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장관은 지난달 18일 첫 전화 통화를 하고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준비 등 현안을 논의하면서 긴밀한 한미 공조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 장관은 이날 한미회담에 이어 오스틴 장관, 기시 노부오(岸信夫) 일본 방위상과 함께 한미일 3국 국방장관 회담도 진행했다. 한미일 국방 수장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2019년 11월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 이후 2년7개월 만이다.
한미일 회담에서는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3국 안보협력 증진 방안이 다뤄진 것으로 전망된다. 미일 양 측으로부터 북한 안보위협에 대비한 3국 연합훈련 개최가 제안됐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우리 군은 역내에서 일본 자위대와 연합 군사훈련을 하는 방안은 '검토조차 한 적 없다'라고 밝혀왔으나, 북한의 향후 도발 수위에 따라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 이 장관은 "기본적으로 한미일 공조가 원칙적으론 맞지만 수준에 따라 한미가 하는 것과 한미일이 하는 데는 차이가 있다"라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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