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 슈워츨(38)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골프선수다. 2011년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우승했지만 지난 4년간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선 우승한 적이 없다. 이 기간 그가 PGA투어에서 벌어들인 돈은 394만7195달러(약 50억5200만원). 슈워츨은 지난 사흘간 치른 52홀의 경기 한 번으로 PGA투어에서 4년간 벌어들인 돈보다 10억원 이상 많은 상금을 따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의 후원을 등에 업고 출범한 리브(LIV)골프 인비테이셔널 시리즈 첫 대회에서 우승하면서다.
12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근교 세인트 올번의 센추리온GC(파70·7032야드)에서 끝난 LIV골프 인비테이셔널 개막전은 말 많고 탈 많은 골프대회였다. ‘소문난 돈잔치’답게 화끈한 상금으로 기존 투어를 압도했다. 슈워츨은 대회 셋째날 최종 라운드에서 이븐파 70타를 쳐 최종 합계 7언더파 203타로 우승했다. 우승상금 400만달러에 단체전 상금 75만달러까지 더해 475만달러(약 60억8000만원)를 받은 그는 “골프에서 이렇게 많은 상금을 놓고 플레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환호했다.
1타차로 준우승한 헨니 두 플레시스(남아공)는 개인, 단체전 상금으로 287만5000달러(약 36억8000만원)를 받았다. 유럽 2부 투어와 남아공 선샤인 투어에서 활동하는 그는 2015년부터 올해까지 받은 총상금 50만154유로(약 6억7000만원)의 5배가량을 한 번에 벌었다. 더스틴 존슨(38)은 8위(개인전 상금 62만5000달러), 필 미컬슨(52)과 케빈 나(39·미국)는 공동 33위(15만달러)로 마쳤다.
대회는 48명의 선수가 18개 홀에서 동시에 티샷을 날리는 ‘전 홀 샷건’ 방식으로 진행됐다. 선수들이 순차적으로 출발해 12시간 이상 걸리는 기존 방식과 달리 4시간30분 만에 경기가 끝났다. 티 타임 배정에 대한 불만을 차단하고 실시간으로 순위가 바뀌는 긴박감도 있었다. 중계 화면 한쪽에는 자동차 레이싱 포뮬러원(F1)처럼 실시간으로 바뀌는 리더보드를 띄워놓았다.
LIV골프의 막대한 자금력은 ‘오일머니’에서 나온다.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이 대회의 가장 큰 후원사다. LIV골프가 사우디의 대외 이미지를 바꾸려는 ‘스포츠 워싱’이라는 비판을 받는 가장 큰 근거다. 빈 살만 왕세자는 2018년 워싱턴포스트 소속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피살 배후로 지목되는 인물. 사우디는 또 여성, 성소수자에 대한 탄압으로도 악명 높다.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대회 기간 내내 현장에는 후원사 광고판이 없고 LIV골프 로고만 가득했다.
경기력도 기대에 못 미쳤다. 최종 라운드에서 15명의 선수가 5오버파 이상을 쳤다. 48위로 꼴찌를 기록한 앤디 오글레트리(미국)는 최종 합계 24오버파를 치고도 12만달러(약 1억5000만원)를 벌었다.
LIV골프 출범을 견제한 PGA투어는 아직 안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천문학적 상금을 실제 지급하는 장면을 확인하면 선수 유출이 더 커질 수 있어서다. PGA투어는 지난 9일 “LIV골프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PGA투어 회원 자격을 박탈한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거물급 스타인 브라이슨 디섐보(29·미국), 패트릭 리드(32·미국) 등이 빠져나갔고, 팻 페레스(46·미국)도 합류를 선언했다.
페레스는 지난 2월 LIV골프 창설을 옹호하는 미컬슨에 대해 “선수들의 권리를 위해 사우디 리그에 참여한다는 말은 다 헛소리”라고 맹비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중계 도중 화상 인터뷰로 등장해 “대회 수가 적어 가족과 보낼 시간이 늘어 선택했다”고 밝혔다. LIV골프의 첫 우승컵을 쥔 슈워츨은 “돈의 출처는 중요하지 않다. 파고들기 시작하면 우리가 플레이한 어느 곳에서든지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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