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송강호 배우 등 영화계 인사들과 12일 만찬을 함께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문화예술 정책 기조를 밝혔다. 앞서 오후에는 부인인 김건희 여사와 함께 송강호 배우의 수상작인 ‘브로커’를 함께 관람했다.
尹 “스크린쿼터는 아련한 추억”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잔디광장에서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제75회 칸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 영화계 원로인 임권택 감독, 송강호 배우 등과 만찬을 함께했다.윤 대통령은 “과거를 돌이켜보면 스크린쿼터라고 해서 국내 영화를 끼워서 상영하던 시절이 있지 않았느냐”며 “그런데 이제 (스크린쿼터제는) 아련한 추억으로 가고 한국 영화가 국민에게 더 많이 사랑받고, 해외 시장에서도 한국 영화가 예술성과 대중성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우리의 국격이고, 국가 발전의 잠재력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영화계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어떤 것이 필요한지 현장에서 뛰는 분들의 말씀을 잘 살펴서 영화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일이 있다면 팔을 걷어붙이고 열심히 도와주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국 영화 100주년을 기념해 2019년 제작된 ‘영사기 배지’를 정장에 달았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코로나19 이전의 상황으로 영화산업을 정상화하자는 메시지가 담겼다”고 설명했다.
尹 대통령 부부 일반 관객과 영화 관람
만찬에 앞서 윤 대통령 부부는 서울 성수동 메가박스를 찾아 영화 ‘브로커’를 관람했다. 일반 관객과 함께 영화를 보고 팝콘도 사 먹었다.‘브로커’는 미혼모나 미혼부가 키울 수 없는 아이를 두고 가는 ‘베이비박스’를 소재로 한 영화다.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를 암거래하려는 두 남자와 아기를 되찾으러 왔다가 이들과 동행하는 미혼모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감독을 맡았고 송강호 배우를 비롯해 배두나 강동원 이지은(가수 아이유) 등이 출연했다.
윤 대통령은 영화 상영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일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해야 한다는 좋은 메시지를 주는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영화 감상평을 밝혔다. 취임 후 시민들과 자주 접촉하는 행보에 대해선 “시민들과 함께 어울려서 대통령이 아니라 한 시민으로서의 모습을 좀 가져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송강호, 盧·文·尹이 찾은 배우
송강호 배우는 ‘세 명의 대통령이 영화관에서 출연작을 본 배우’라는 기록을 세웠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6년 12월 서울 을지로에서 영화 ‘괴물’을 관람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8월 서울 용산의 한 영화관에서 ‘택시운전사’를 봤다. 문 전 대통령은 2019년 6월 제72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기생충’을 보기 위해 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극장을 찾기도 했다.윤 대통령은 과거 송강호 배우가 출연한 ‘변호인’을 보고 깊이 감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여사는 지난 1월 한 매체가 공개한 녹취에서 “(윤 대통령이) 노무현 영화를 보고 혼자 2시간 동안 울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송강호 배우는 2013년 개봉한 영화 변호인에서 노 전 대통령 역을 맡아 연기했다.
역대 대통령들의 영화 관람은 통치 철학을 우회적으로 전달하는 메시지가 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5년 1월 영화 ‘국제시장’을 관람한 뒤 윤제균 감독과 황정민 배우에게 “감동적인 영화 정말 잘 봤다. 이런 좋은 영화를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제시장은 박 전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대통령 재임 당시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과 가족의 소중함을 다룬 영화다. 문 전 대통령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를 관람하고 “아직 광주의 진실이 다 규명되지 못했다. 이것은 우리에게 남은 과제”라고 말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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