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13일 언론에 "경제 규모가 있는 나라 중 개를 먹는 곳은 우리나라와 중국뿐"이라며 개 식용 종식을 주장했다. 김 여사가 윤 대통령을 동반하지 않고 홀로 목소리를 낸 건 이번 인터뷰가 처음이다. 김 여사의 첫 인터뷰 주제는 '동물권 보호'였다.
김 여사는 이날 공개된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에서) 동물 학대와 유기견 방치, 개 식용 문제 등에서 구체적 성과가 나오길 바란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한국에 대한 반정서를 가지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보편적인 문화는 선진국과 공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여사는 "(개 식용 종식은)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며 "영세한 식용업체들에 업종 전환을 위한 정책 지원을 해주는 방식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개고기는 사실 건강에도 좋지 않다. 식용 목적으로 키우는 개들은 좁은 뜰장에서 먹고 자고 배변까지 하며 항생제를 먹이며 키우는 사례도 있다"며 "궁극적으로 개 식용을 안 한다는 건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친구에 대한 존중의 표현이자 생명에 대한 존중을 의미한다"고 했다.
김 여사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범 이후 정책 제안에서 동물 학대 처벌법 강화 의견이 많았던 것과 관련해선 "경제성장을 이룬 국가 중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이 가장 약하다. 국내 반려동물 인구가 1500만 명"이라며 "학대범 처벌 수위를 강화해 질서가 잡히면 성숙한 사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결국 동물 학대와 가정폭력은 같은 줄기에서 나온 다른 가지일 뿐"이라고 했다.
유기 동물 문제에 대해선 "책임감 없이 키우는 게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여사는 "아플 때는 병원비도 유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며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현재 동물병원 의료수가가 표준화돼 있지 않은데, 이런 문제를 개선하면 조금은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김 여사는 지난달 21일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도 반려동물을 주제로 대화를 풀어나가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 여사는 "(양국 대통령이) 서로 기르는 반려견 얘기를 하면서 분위기가 아주 좋아졌다고 한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퍼스트 도그도 유기견이다. 유기 경험이 있는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공감할 수 있는 게 많다"고 했다.
또한 김 여사는 바이든 대통령이 윤 대통령에게 '매리드 업'(married up·훌륭한 배우자를 만나 결혼한 남성에게 쓰는 표현)이라고 한 것에 대해 "제가 바로 그 말을 알아듣고는 '리얼리(Really)?'라고 받아쳤다"며 "저는 많이 부족한 사람이다. 누구든 서로 잘 맞는 사람을 짝으로 만나야 하는데, 남편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하겠죠"라고 했다.
한편, 김 여사는 이날 오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인 권양숙 여사를 예방한다. 김 여사의 첫 공식 일정으로, 공개 행보에 본격 시동을 거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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