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플레이션이 41년 만의 최대치로 치솟은 가운데 경기 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번엔 경제학계가 미국이 내년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내놨다. 유례 없는 고물가와 이를 잡으려는 미 중앙은행(Fed)의 통화긴축 정책에 경기가 위축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1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과 지난 6~9일 경제학자 4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0%가 내년 안에 미국이 경기침체에 빠질 것으로 예상했다고 보도했다. 전체 응답자 중 38%는 내년 상반기를, 30%는 하반기를 경기 침체 시기로 꼽았다. 2%는 올해 경기 침체가 올 것으로 봤다.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와 식량 가격의 영향을 제외한 근원 인플레이션이 내년 말까지 3%를 웃돌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대답한 비율은 12%다. 4개월 전인 지난 2월 응답률(4%)의 세 배였다. ‘아주 적다’는 응답률은 이 기간 7%에서 2%로 떨어졌다.
경기 침체 없이 물가를 잡는 ‘연착륙’이 가능하다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의 주장과 상반된 결과다. 타라 싱클레어 조지워싱턴대 경제학 교수는 “소득과 지출만 줄여 물가상승률을 2%까지 낮추겠다는 Fed의 생각은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CNBC가 주요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 2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응답자 전원이 내년이 가기 전 경기가 침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학자 중 40%는 Fed가 기준금리를 연내 2.8%까지 올려도 인플레이션을 못 잡을 것으로 봤다. 현재(0.75~1.0%) 수준에서 남은 6월과 7월, 9월 세 차례 회의 때 0.5%포인트씩 인상하고, 남은 두 번 회의에서 0.25%포인트씩 올려도 부족하다는 의미다.
14년간 필라델피아 연방은행에서 근무했던 딘 크로우쇼어 리치몬드대 교수는 Fed가 긴축정책을 너무 늦게 시작했다며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기준금리를 5%까지 올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현직 경제 사령탑들의 전망도 엇갈린다. 이날 래리 서머스 미 전 재무부 장관은 CNN 인터뷰에서 “물가가 빨리 하락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Fed가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리면서) 향후 2년 내 경기가 침체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앞서 “불황 조짐이 없다”고 말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에 대한 반박이다.
반면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은 “고용시장은 아직 튼튼하고 공급망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며 “Fed가 연착륙을 달성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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