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외신기자 갸우뚱하게 한 '文정부 탈원전'

입력 2022-06-13 16:59   수정 2022-06-14 00:10

“이달 말 ‘K원전’을 취재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폴란드의 주요 원전사업 파트너인 한국이 원전을 폐쇄하려고 했다니 이해하기 힘드네요.”

덴마크 쇠네르보르에서 열린 ‘2022 국제에너지기구(IEA) 에너지총회’에서 만난 한 폴란드 기자의 말이다. 폴란드는 2043년까지 신규 원전 6기를 건설할 예정이다. 탄소중립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란 ‘두 토끼’를 잡기 위해서다.

세계 곳곳에서 원전산업이 부활하고 있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의 말을 그대로 빌리자면 ‘컴백’ 중이다. 공장을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사람들이 기존 삶을 영위하면서도 탄소중립으로 가려면 이산화탄소 배출이 ‘0’에 가까운 원전 활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안정적인 에너지원의 중요성을 깨달은 유럽 국가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전체 전력 생산 중 70%를 원전에 의존하고 있는 프랑스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원전 14기를 추가로 지을 예정이다. 체코도 원전 의존 비율을 현행 40%에서 2040년 최대 56%까지 늘릴 계획이다. 벨기에는 2025년 폐쇄할 예정이었던 원전 2기를 2035년까지 운영하기로 했다.

덴마크 현지에서 만난 글로벌 에너지 전문가들은 탄소중립으로 가는 중간단계 연료로 원전을 꼽았다. 특히 한국처럼 지리적 이유로 풍력이나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에 의존하기 어려운 국가는 중간 연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비롤 사무총장이 한국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 “원전을 절대 폐쇄해서는 안 된다”고 단언한 이유다. 정부 차원에서 탈원전 정책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독일은 현재 프랑스에서 전기를 끌어다 쓰고 있다. 독일 가정용 전기요금은 프랑스에 비해 70% 이상 비싸다.

기존에 의존해온 화력발전을 제외하면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발전원은 많지 않다. 에너지 수요는 그대로인데 공급이 불안정하다 보니 전쟁 등 외부 요인이 맞물리면 가격 상승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이때 브레이크 역할을 해줄 수 있는 것이 원전이다. IEA는 이달 안에 ‘탄소중립 시대 원전의 역할’이라는 주제의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 5년간 무너진 원전 생태계를 하루빨리 회복시켜야 한다. 물론 원전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원전 밀집도나 폐기물 처리 방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남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원전을 아예 선택지에서 제외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다. 현실적으로 한국이 원전 ‘컴백’ 흐름에서 벗어나 타국에서 전기를 끌어오지 않고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기막힌 해법이 있지 않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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