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법은 두 가지다. 인위적 정계 개편으로 국회에서 안정적 의석을 확보하거나, 2년 내 나름대로 성과를 내서 평가받는 것이다. 대통령직선제 개헌 이후 7명의 대통령 중 4명이 여소야대 정국을 여대야소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야당 의원 빼오기로, 노무현은 탄핵을 무릅쓴 총선을 거쳐 다수당을 만들었다. 이명박과 문재인은 각각 대선 직후, 코로나 발발 직후 총선이라는 덕을 봤다. 범야권 의석(184석)이 압도적인 데다 총선이 2년 후라는 점 등을 감안하면 윤 대통령은 요행을 바라기 힘들어 보인다.
남은 방법은 하나다. 확실한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곳곳에 걸림돌이 도사리고 있다. 최근 국내외 경제기관들은 하나같이 고물가·저성장의 ‘복합 경제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수출·소비·투자 동반 하락으로 성장은 반토막, 물가는 두 배로 가고 있다. 금리 인상 속에 6500조원 가까운 가계·정부·기업 부채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이다. 거기다 북핵·대중 관계에서도 성과를 내기 힘든 상황이다. 큰 욕심을 내기보다는 안정적으로 상황을 관리하며 개혁 과제에 집중하는 게 순리다.
새 정부 인사가 우려되는 게 바로 이 대목이다. 윤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와 행정부 요직 곳곳, 금융감독원에까지 검사 출신을 중용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검찰공화국 폐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윤 대통령은 “적재적소 인사”라며 요지부동이다. 뜻하는 바가 있다는 의미다. 아마도 지난 대선 공약대로 ‘공정’과 ‘상식’을 구현하면서 지난 정부가 남긴 적폐들을 정리하는 것일 터다. ‘뼛속까지 검사’인 대통령은 월성 원전 사건부터 울산시장 선거 개입, 라임·옵티머스펀드 사기, 대장동 의혹 등 5년간 ‘지체된 정의’들을 속히 바로 세우고 싶을 것이다. 그 심정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다.
물론 비리수사를 덮자는 얘기가 아니다. 타이밍과 디테일이 중요하다. 지금은 경제위기 극복과 개혁 과제 등에 집중하는 게 우선이다. 그 어느 때보다 일의 선후와 경중, 완급과 강약을 조절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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