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화물연대 파업이 1주일을 넘기면서 물류 차질로 인한 피해가 동네 약국, 식당, 옷가게는 물론 농수산물 판매 상인 등 일상 주변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14일 병의원·제약업계에 따르면 수도권에선 물류와 제약사 원료 수급 문제로 혈압약 등 특정 전문 의약품 수급에 차질이 빚어져 만성질환자 등이 불편을 겪고 있다. 약국은 대부분 전문약품(처방전 받아 내주는 약)을 1주일 정도 재고만 보유한 탓에 약이 떨어져 환자들을 돌려보내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 화성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장모씨(33)는 “며칠 전부터 우리 건물의 내과에서 주로 처방하는 혈압약이 떨어져 환자들이 빈손으로 돌아갔다”며 “병원에선 대체 약 사용을 허용하지 않고 약은 언제 올지 몰라 남은 약이 없는 분들에겐 다른 병원에서 다른 약품을 처방받으라고 해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농민들이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까지 농작물을 싣고 오는 건 일상이 됐다. 애호박 4t을 경기 포천의 밭에서부터 화물차로 싣고 온 농민 서모씨(50)는 “수확한 농산물을 쌓아둘 곳이 더 이상 없다”며 “과채류는 상온에서 최대 1주일 정도만 보관할 수 있는데 큰일”이라고 말했다. 가락시장의 한 도매상은 “서울시가 노후 차량의 시내 진입을 금지한 탓에 낡은 차량을 가진 농사 짓는 어르신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의류·잡화 도매상과 인터넷 판매업자들도 수입 상품이 항만에 묶여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유행하는 스타일의 여름옷은 판매할 시기를 넘기면 이월상품이 된다. 중국에서 옷을 떼와 도매업을 하는 김모씨(56)는 “원래 3일이면 도착할 물건이 1주일째 오지 않아 운송업체에 물어보니 화물연대 몰래 개인 트럭으로 물건을 빼내고 있어 16일 이후에나 옷을 보낼 수 있다고 한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에서 액세서리를 파는 오모씨(44) 역시 평소 베트남 공장에서 만든 물건을 공급받지 못해 매대를 절반가량 비워놓고 있다. 오씨는 “유행에 민감한 업종이다 보니 매대에 재고품을 올려놓을 수도 없어 매출이 떨어지는데 손도 못 쓰고 보고만 있다”고 했다.
이광식/구민기/민경진/부산=민건태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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