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에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겹치면서 기업들의 올해 실적이 추락할 것이라는 악몽이 현실화하고 있다. 생산 소비 투자가 모두 감소하는 가운데 물가는 급등하는 ‘S(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엄습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석유화학, 조선, 자동차 부품뿐 아니라 정보기술(IT), 화장품, 도소매 등 내수업종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세 곳 이상의 실적 추정치가 있는 국내 182개 상장기업(금융사 공기업 제외)의 이달 초 기준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는 204조4534억원으로 집계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인 지난 1월 초(191조6786억원) 대비 12조7748억원(6.7%) 증가했다.
문제는 글로벌 공급망 대란과 유가 상승으로 ‘슈퍼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반도체, 운수, 에너지 등 3개 업종을 제외하면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대폭 하향 조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3개 업종을 제외한 162개 상장기업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월 105조1683억원에서 이달 초 95조7840억원으로 9조3843억원(8.9%) 감소했다. 23개 업종 중 절반을 넘는 13개 업종의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1월 대비 줄었다. 화학(3조7113억원)을 비롯해 IT·게임(2조3120억원) 조선(1조1623억원) 자동차부품(1조1509억원) 업종 등의 감소폭이 컸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컨센서스가 나오지 않은 기업을 포함하면 감소폭은 더 커질 것”이라고 추정했다.
경영 환경 불확실성과 비용 압박으로 기업들은 설비투자를 대폭 축소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설비투자는 전 분기 대비 3.9% 감소했다. 2019년 1분기(-8.3%) 후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등 주요 그룹은 한국 경제가 복합위기에 빠져들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달 말부터 경영전략회의를 잇달아 열어 위기 극복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강경민/박의명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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