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체의 주가를 판가름할 ‘수요’ 전망을 두고 완성차 업체와 투자자들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는 “미국 신차 수요가 견조하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선 “카플레이션(카+인플레이션) 상황에서 금리 인상으로 구매력이 저하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완성차 업체의 주장에도 시장 우려가 커지면서 GM, 포드, 테슬라 주가는 16일 미국 뉴욕증시에서 전일 대비 8% 이상 떨어졌다.
폴 제이콥슨 GM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5일 한 콘퍼런스에서 “수요가 악화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며 “신차 가격이 높음에도 주문이 많고 재고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GM은 연초 발표한 올해 차량 생산 목표치(전년 대비 25~30% 증가)를 유지한다”고 덧붙였다. 존 롤러 포드 CFO도 같은 입장이다. 그는 “가격이 강세이지만 수요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그는 “수요 감소의 선행지표인 포드의 신용 부문 대출 연체가 증가하고 있지만, 아직 걱정할만한 수준이 아니다”고 했다.
GM과 포드 모두 미국 경기가 침체에 빠져도 재고량이 적어 타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이콥슨 CFO는 “(과거엔 2~3개월 치 재고를 쌓아뒀지만) 지금은 45~55일가량의 재고를 계속 고수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시장의 반응은 달랐다. 16일 뉴욕증시에서 GM은 전일 대비 -8.07%, 포드는 8.31%, 테슬라는 8.54% 빠졌다. 가전, IT 수요 하락에도 자동차 시장에선 그동안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신차 출고가 지연됐기 때문에 수요가 견조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폭이 예상보다 큰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높은 차값을 지불할 여력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미 시장조사업체 에드먼즈에 따르면 자동차를 구매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할 평균 신차 월 할부금이 656달러로 상승했다. 지난해 5월엔 월 587달러였다. 신차 구입을 위해 필요한 주간 소득은 지난달 41.3주로 전년 5월 35주 대비 크게 올랐다. JD파워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신차 평균 가격은 4만5502달러(약 5857만원)로 1년 전보다 15.7% 상승했다. JD파워는 “지난 1년간 신차 값이 15% 이상 올랐는데, 2012년에서 2018년엔 고작 23% 올랐었다”고 설명했다.
테슬라 주가 폭락은 미국에서 모델 Y 가격을 5%가량 인상하겠다는 발표에서 비롯됐다. 과거 테슬라가 차값을 인상할 때마다 주가가 상승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투자자들이 회사의 수익성이 개선된다는 점보다 높은 차값으로 인한 수요 감소를 더 우려한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주식, 암호화폐 등 자산이 하락하는 점도 신차 계약을 취소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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