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의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등으로 금리 인상 시계가 예상보다 빠르게 돌아가자 국내 부동산 시장도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특히 서울 외곽과 경기 일대 등 이른바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빚을 내 집을 산 사람)이 매수세를 이끌던 지역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세칭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서울 북부와 경기 외곽은 다주택자들의 절세 매물이 쌓이는 와중에 금리 인상 속도까지 빨라지면서 집값이 큰 폭으로 빠지고 있다.
노원구 중계동 청구3차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13억2500만원에 거래됐다. 작년 2월 신고가(14억2000만원)보다 1억원가량 빠진 가격이다. 작년 10월 신고가 12억원을 기록했던 도봉구 창동 북한산아이파크 전용 84㎡도 지난 3월 10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현재 호가도 신고가보다 2억원 가까이 낮은 10억~11억원대지만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계동 C공인 관계자는 “다주택자들이 급매를 내놓고 있는데 매수 문의 자체가 없다”며 “신고가보다 1억원 이상 내려도 매도하기 힘든 분위기”라고 말했다.
올초까지 젊은 층의 내 집 마련 수요가 몰렸던 경기 지역 하락세도 심상치 않다. 화성시 청계동 ‘동탄역 롯데캐슬 알바트로스’ 전용 101㎡는 지난 2월 11억4000만원에 거래됐지만 지난달 9억3000만원에 손바뀜했다. 화성시 청계동 C공인 대표는 “매수자 우위 시장으로 전환되는 게 체감된다”며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이란 인식에 금리 인상까지 겹치며 매매심리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고 전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5㎡는 이달 보증금 4억원, 월세 450만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같은 주택형 전셋값 22억원과 비교하면 월세가 이자 비용보다 낮은 편이라는 설명이다.
매수세도 예전 같지 않은 분위기다. 서초구 반포동 E공인 관계자는 “강남 지역은 학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들어오는 ‘갈아타기’ 수요가 꾸준한데 요즘엔 다른 지역 집이 안 팔려서 문제”라며 “매매를 알아보다 기존 집이 안 팔려서 전세로 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상에 가속도가 붙은 만큼 부동산 심리는 갈수록 위축될 전망이다. 미국 중앙은행이 15일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 뒤 미국 주택담보대출(모기지) 30년 만기 고정금리는 13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연초 연 3% 선이던 미국 모기지 금리는 이날 연 5.78%를 기록했다.
한국은행도 다음달 빅스텝(0.5%포인트 인상) 결정을 내릴 것이란 전망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미국의 통화긴축 정책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연쇄적으로 시장금리가 오르면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진 수요층이 매매 시장에서 등을 돌리게 된다”고 말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금리가 인상되면 이자 압박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급매로 매물을 던질 것”이라며 “매매가가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것도 악재다.
심은지/이혜인 기자 summit@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