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지난 16일 내놓은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의 상당 부분을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고 나섰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를 비롯해 각종 투자 세액공제,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 주요 정책 상당수는 국회의 법 개정 사안인 만큼 전체 의석의 과반을 차지한 야당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감세와 규제 완화를 통한 경제 활성화라는 윤 정부의 정책 기조도 실행이 불투명해졌다.
민주당은 법인세 인하와 금융투자소득세 2년 유예, 주식 양도소득세 완화·폐지 등의 입법을 저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 의장은 법인세 인하 정책에 “재벌·대기업을 위한 맞춤형 감세”라고 비판했다. 전날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인하하는 방안을 내놨다. 김 의장은 “현행 법인세 최고세율은 25%지만 여러 감면 제도로 실효세율은 대략 17%에 그친다”며 “3000억원 이상 (과표 구간) 범위에 들어가는 법인이 84개인데, 이들은 세계적으로 가장 경쟁력 있는 기업이라 얼마든지 법인세를 부담할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2년 유예, 주식 양도소득세 납부 대상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1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전형적인 부자 감세”라고 비판했다. “(현행 대주주 기준인) 10억원에서 100억원 구간이 전체 투자자의 0.2%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대선 공약과 달리 연금개혁에 미온적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김 의장은 “대통령 직속 기구가 아니라 보건복지부 장관 자문기구에서 개혁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는데 이런 정도로는 연금개혁 추진이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 주도의 연금개혁은 사실상 포기하고 이해 당사자들의 합의로 개혁안을 마련하라는 책임 회피”라고 꼬집었다. 이 밖에 민주당은 정부의 노동·에너지·교육 분야 정책에도 대부분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도 “문재인 정부 시즌 2는 안 된다는 것이 바닥 민심”이라며 방어에 나섰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을 향해 “적대적 정책과 국민 갈라치기로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불화를 조장하고 경제 활력을 가로막겠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MB 시즌 2’ 지적에 대해선 “지난 정권의 소득주도성장, 공공 재정 주도 일자리, 단기 땜질식 정책 대응은 철저히 실패했다”며 “5년 만의 정권교체 의미를 아직 모르겠냐”고 반박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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