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중단 두 달을 넘긴 상황에서도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둔촌주공아파트 조합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4월 15일 조합과 시공사업단 간 갈등으로 공사 현장이 멈춰선 이후 서울시가 중재에 나섰지만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해서다. 서울시는 수차례 조합과 시공사 양측 의견을 수렴해 여러 중재안을 내놨지만 조합과 시공사의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이러다 해를 넘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올 정도로 양측의 골이 깊은 상황이다.
서울시의 중재 와중에 또 다른 복병까지 등장했다.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에 사업비 7000억원을 빌려준 농협은행 등 대주단(24개 금융사)이 대출 기한 연장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내린 것이다. 대주단 측은 조합이 시공사업단과의 갈등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고, 사업 재개가 불확실하다는 판단이다. 조합은 오는 8월 23일까지 대출금을 상환해야 한다. 만기까지 두 달여 남은 상황에서 조합원 한 명당 약 1억원씩 마련해야 하는 셈이다. 이를 갚지 못할 경우 조합 사업비 대출 연대보증을 선 건설사들이 우선 갚고, 조합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수순으로 간다. 최악의 경우 조합원들은 파산 위기에 놓일 수 있다.
조합원들은 서울시가 갈등을 봉합해 줄 것으로 기대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 양측 간 의견차를 크게 좁히지 못하는 상황이다. 시가 할 수 있는 것은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는 역할뿐이지 최종 수용 여부는 조합과 시공사업단 결정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사실 서울시에는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을 중재할 강제 수단이 없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정비사업 장기 지연 또는 권리관계에 의한 분쟁으로 사업 추진이 어려운 경우 사업대행자를 세우는 중재안을 제시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양측 당사자가 수용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제2의 둔촌주공 사태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재건축·재개발조합과 시공사가 공사비를 둘러싸고 곳곳에서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서울시가 강제권한도 없는 중재안을 들고서 뛰어들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예측 가능한 주택 공급을 위해서라도 정비사업장 내 극한 갈등을 긴급 조정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