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성향인 하윤수 부산교육감 당선인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정부의 교육교부금 제도 개편에 반대한다”며 “유·초·중·고 교육교부금을 축소할 게 아니라 대학 재정은 따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을 마련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을 지낸 임태희 경기교육감 당선인도 “경기도는 전국 시·도 1인당 교육비 평균에 못 미치는 예산을 받고 있다”며 “교육 환경 개선이 필요한 학교가 여전히 많기 때문에 유·초·중·고 학생을 위한 교육예산을 과감히 늘려야 한다”고 했다.
진보 성향인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진보·보수 할 것 없이 모든 교육감이 초·중등 재원을 대학으로 이전하는 것에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사안마다 대립하던 교원단체들도 밥그릇 앞에선 한목소리를 냈다. 보수 성향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전날 “유·초·중등 교육 환경이 여전히 열악하고 학생이 감소해도 학교, 학급, 교원이 늘어 재정 수요는 더 많아진다”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교육교부금은 많아서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쓰이지 못해 문제”라고 밝혔다.
14년째 등록금이 동결돼 재정이 열악한 대학들은 이 예산을 나눠 쓰는 게 숙원이다. 홍원화 대학교육협의회장은 “유·초·중등교육은 교육교부금으로 안정적인 재정 마련이 가능하지만, 고등교육은 단위 사업별로 예산을 편성받고 있다”며 “지방교육교부금은 올해 25조원이 더 생겼지만, 쓸 데가 없다고 받지 않겠다고 하는 지방교육청도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는 대학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교육교부금 사용 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국가 예산을 실제 수요와는 무관하게 일률적으로 배분하는 내국세 연동제 방식은 건드리지 않고, 사용처만 확대하면서 ‘반쪽’짜리 개혁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정부는 고등교육에 예산을 배분하기 위해 법을 바꾸는 대신 지방자치단체에서 위원회를 꾸려 교육청에 줄 돈과 대학에 줄 돈을 자체적으로 배분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실제로 제도를 바꾸기 위해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경범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는 “지자체와 대학, 교육청 선에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며 “오랫동안 혼자 쓰던 돈을 대학과 나눠 쓰라는 건데 교육청이 순순히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교육감과 교원단체들이 요구하는 것처럼 별도의 고등교육재정교부금을 마련하면 예산을 더욱 방만하게 집행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선 진퇴양난”이라고 덧붙였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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