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애매한 규정에 택시 업계 혼란 가중
지난 15일 국토교통부가 택시 합승을 허용한다며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개정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핵심 내용은 플랫폼택시의 합승을 허용하며 합승이 가능한 택시의 조건의 규정이다. 그런데 이를 두고 택시 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합승이 가능한 성별 및 택시 범위에 혼선이 발생한 탓이다.
기본적으로 합승은 손 흔들며 잡는 택시가 아니라 '호출 앱'을 통해서만 이용할 수 있다. 요즘 대부분의 택시 이용자가 카카오T, 우티, 반반택시, 온다, 리본, 고요한M 등의 호출 앱을 통한다는 점에서 택시의 대부분이 합승은 가능한 셈이다.
그런데 논란의 발단은 합승 가능한 택시의 종류 구분에서 촉발됐다. 국토부는 택시발전법 시행규칙을 통해 합승 가능 택시로 5인승 이하의 경형, 소형, 중형을 규정했다. 이들 차종은 운전자를 제외하고 최대 4명이 탑승한다는 점에서 동성 합승만 가능하도록 했다. 대부분이 세단형인 만큼 운전석 옆 동승석과 뒷좌석 한두 명을 염두에 둔 규정이다.
하지만 남녀 합승 택시 규정은 없다. 이를 두고 국토부는 배기량 2,000㏄ 이상에 6~10인승 승용차 또는 13인승 이하 승합차로 운행되는 대형 택시는 남녀 합승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시행 규칙에 아예 존재하지 않는 대형 택시를 두고 동성이든 이성이든 합승이 허용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택시 업계의 혼란도 여기서 비롯됐다. 합승 가능한 택시를 국토부가 경형, 소형, 중형으로 규정해 놓고 '대형 택시'도 합승이 허용된다고 제시한 탓이다. 흔히 언급되는 네거티브(Negative)와 포지티브(Positive) 규제 해석의 차이다. 하지만 여기서 시작될 갈등의 파장이 상당할 수 있어 우려된다.
택시 업계 내에서 규정 해석이 중요한 이유는 합승 또한 경쟁이 불가피한 탓이다. 가뜩이나 LPG 가격 인상과 음식 배달료보다 적은 요금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이용자만 있다면 한 명이라도 추가 탑승을 원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다시 말해 규정 해석 여부에 따라 중형 택시와 대형 택시의 내부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일면식 없는 사람과 합승하겠다는 사람이 많지 않을 수 있지만 그래도 있다면 자칫 택시 업계 내의 충돌로 확대돼 엉뚱하게 국민들의 이용 불편을 초래할 수 있어서다.
사실 합승 자체는 과거 택시 숫자가 부족하고 이용자가 넘쳐날 때 승객 의지와 관계없이 기사에 의해 일방적으로 횡행했던 불쾌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래서 합승이 금지됐고 그 사이 자가용이 늘며 합승의 필요성 또한 사라졌다. 그럼에도 합승을 부활시킨 이유는 택시 또한 누군가 운전을 해주는 카셰어링 범주에 포함된다는 점과 어려운 택시 업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는 취지다. 그래서 국토부도 합승은 탑승자 간 안전이 보장되는 조치가 선행됐을 때 이뤄지도록 했다. 합승을 선택하는 사람의 많고 적음은 큰 관심사가 아니었던 셈이다.
하지만 택시 업계 내애선 합승을 중요한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이용자의 많고 적음을 떠나 누가 합승할 수 있느냐는 수익과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용자가 많아도 충돌이 불가피하고 적어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시행 규칙의 해석 갈등은 즉시 조정될 필요가 있다. 합승 허용 의도는 충분히 이해되지만 법적 해석 문제로 들어가면 대형 택시는 합승 불가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아서다. 그리고 중형 택시 사업자들은 이미 그렇게 해석하며 대형 택시 합승 금지가 정확한 해석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권용주(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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