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직원에게 막말을 한 직장인 사연이 공개됐다.
20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얼마 전 장애 친구가 들어왔는데 저 때문에 관둔다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A씨에 대해 "저와 나이도 크게 차이 안 나고 계약직, 장애 전형으로 회사에서 채용한 것 같다"며 "청각장애인이라길래 신기하다고 생각하면서 챙겨주다가 사고가 났다"고 운을 뗐다.
이어 "A 씨와 밥을 먹다가 그에게 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서 '형도 귀가 불편하냐' 물었는데 '그렇다'라는 답변이 돌아와 안타까운 마음에 '어머님께서 뭐 잘못 드신 걸까'라고 말했다"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A 씨가 이 말을 듣지 못했을 거로 생각한 글쓴이는 지나가는 말로 "어머님께서 술이나 담배 하시냐"는 질문도 했다.
다음 날, A 씨는 돌연 일을 그만두겠다고 통보했다. 퇴사 사유는 글쓴이 때문이었다.
글쓴이는 "청각 장애이길래 말도 잘하고 잘 들어서 신기하다고 생각하면서 잘 챙겨줬는데 결국 사달이 났다"면서 "제가 눈치 없어서 몰랐는데 소문이 다 난 것 같다. 팀장님이랑 면담도 했다더라"고 말했다.
이어 "A 씨가 이렇게 상처받을 줄 몰랐다. 너무 미안하고 후회된다. 내가 별생각이 없었다"면서도 "월요일에 불려 갈 것 같은데 불이익 있을까요? 폭언이나 막말까진 아닌데"라고 자기 안위부터 걱정했다.
그러면서 "A 씨는 너무 상처받았나 보다. (사람들이) 제 뒷담화하겠죠? 입이 방정맞았다. 사회생활 참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동시에 A 씨에게 받은 메시지를 공개했다. 메시지에서 A 씨는 "제 퇴사 얘기 들으셨죠? 어제 그 얘기 듣고 정말 기분이 상했다"며 "저희 부모님 남부럽지 않게 저 키워주셨고 세상에서 제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리님께서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되는 분들이다. 밤새 고민했고 평생 남을 상처인 거 알아둬라"라며 "진심 어린 사과를 하실 거면 받아들일 용의는 있다. 다만 같이 일은 못할 것 같아 퇴사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글쓴이는 "장애라고 해서 마음에 상처가 있는 건 극복할 수 있는 거야. 나도 상처가 많은 사람"이라며 "들리지 않는 건 죄가 아니고 네 잘못도 아니야. 내 말이 그렇게 심하게 들릴 줄은, 네가 상처받을 줄은 몰랐어"라고 답장했다.
또 "그만둘 거라고는 생각 못 했어. 미안해. 마음 상했다면 풀어"라며 "그리고 진심으로 걱정되고 안타까운 마음에 해 본 소리였으니 마음에 담아두지 마. 진심 아니야. 계속 함께 일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너무 아쉽다. 다른 곳에서도 잘 지내길 바랄게"라고 덧붙였다.
해당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답변보낸 카톡이 더 황당하다", "왜 부모를 비하하나?", "상처준 사람이 사과하는 방법도 모르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후 글쓴이는 "손발이 떨린다. 반성한다. 진지하게 저도 퇴사 고민해야겠다. 잘못 속죄하겠다.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끝으로 "일부러 나쁜 의도로 말한 건 전혀 아니다. 제가 제일 챙겨주고 예뻐하고 꿋꿋하게 자기 일 해내는 멋진 후배고 동생이었는데 말을 너무 잘못해버렸다. 다시 사과하겠다. 너무 가볍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김현덕 한경닷컴 기자 khd998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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