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스키마란 ‘특정 브랜드에 대해 떠오르는 연상(association)들의 집합’이다. 그것이 사람이든, 어떤 색깔이든, 특정 제품이든, 어떤 서비스이든 무엇이든 좋다. 소비자들이 우리 브랜드를 떠올리면 함께 생각나는 ‘무언가’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KB증권은 올해 ‘KB증권=IPO시장의 리딩 주관사’라는 확실한 브랜드 스키마를 형성했다. LG에너지솔루션, 카카오뱅크, 현대중공업 등 굵직한 기업공개(IPO)를 주관하면서 특별히 주식시장에 처음 발을 들여놓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혹은 주식 초보자들에게 매우 강력하고 확실한 브랜드 스키마를 심어줄 수 있었다.
한경 CMO 인사이트의 마케팅 케이스 스터디(사례 분석)는 KB증권의 브랜드 스키마 형성을 소개했다.
‘LG에너지솔루션 효과’로 IPO 시장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한국경제신문이 자본시장 실적을 집계한 결과 KB증권은 올 4월 28일 기준 IPO 대표주관 점유율 49.1%로 업계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까지 카카오뱅크, 롯데렌탈, 현대중공업의 주식 공모를 성공적으로 마치는 등 기반을 착실하게 다진 효과다.
올해 들어서도 SK쉴더스, 원스토어, 현대오일뱅크, CJ올리브영 등 주요 IPO 주관계약을 따냈다. 국민적 관심이 높은 빅딜 상장 및 주관계약 체결을 통해 IPO 내 메이저 플레이어로 도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평가를 받기 전까지 KB증권은 주식발행시장(ECM)에서의 경쟁력이 취약했다. 채권발행시장(DCM)에선 전통적인 강자로 군림해왔지만, ECM에선 힘을 쓰지 못했다.
천성용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에는 약 60개의 국내외 증권회사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며 “KB증권은 DCM 시장의 강자로 인식되고는 있으나 상대적으로 증권업에 늦게 진출했고 특별히 리테일 고객들에게 많은 선택을 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천 교수는 “KB금융그룹이라는 확실한 지원군을 등에 업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아쉬운 상황이었음이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KB증권은 ECM 부문에서 톱티어로 도약하기 위해 새로운 먹거리로 IPO 시장을 점찍었다. 여기에 KB금융그룹 차원의 지원도 더해졌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꾸준히 ECM 실적 1위를 주문하며 물심 양면으로 지원을 늘렸다. IB 전문가인 김성현 KB증권 대표도 IPO 경쟁력 확보를 위해 힘을 보탰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KB증권은 입찰제안서 수령부터 제출 및 PT까지 전 과정을 대상으로 최소 3회 이상의 리뷰를 진행했다. 1차적으로 제안서를 작성한 담당 본부의 자체 리뷰를 시행한다. 이후 경영진 리뷰를 거쳐 최종 PT 리허설을 한다. 이 과정에서 철저한 피드백 과정이 동반된다. ‘IB통’으로 불리는 김 대표가 입찰제안서 검수, 직원 교육에 직접 나서는 등 전문성 강화에 심혈을 기울였다.
차별화된 입찰제안서도 마련했다. 고객 입맛에 맞는 제안서를 작성하겠다는 취지다. 입찰제안서 포맷부터 확 바꿨다. 본부 차원에서 디자인을 통일하고 가독성이 높은 양식으로 입찰제안서를 통일했다. 리서치센터, 기업금융본부 등 다른 사업 부문과 협업도 강화했다.
KB증권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증권신고서만 700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꼼꼼한 검토 과정을 거쳤다”며 “발행사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보다 설득력 있는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고 설명했다.
기존에 강점을 갖고 있는 DCM의 네트워크도 적극 활용했다. 대기업별로 영업담당(RM)을 통해 전략과 재무라인에 대한 네트워크를 공유했다. 대기업의 자금 조달 수요를 사전에 파악하는 데도 DCM 부문이 적극 협력했다.
최현자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KB증권 사례는 브랜드가 소비자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가이드로서 포지셔닝할 때 더 많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천 교수는 “무작정 우리 브랜드를 선택해달라는 요구에 순진하게 넘어갈 고객은 없다”며 “KB증권 사례처럼 고객 선택을 받기 위해 확실한 브랜드 스키마를 형성하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KB증권이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IPO 리딩 주관사라는 스키마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라며 “KB금융그룹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 더욱 긍정적인, 그리고 더욱 차별적인 브랜드 스키마를 추가로 형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경영 선임기자 long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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