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살 공무원 아들 "우상호, 무슨 자격으로 북 사과받아 됐다 하나"

입력 2022-06-20 11:19   수정 2022-06-20 11:39



서해상에서 북측 피격에 숨진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고(故) 이대준 씨의 아들이 부친의 사건을 "사과받아 마무리된 사안"이라고 일축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손 편지를 써 반박했다.

이 씨의 유족 측 법률대리인이 20일 한경닷컴에 보낸 편지에 따르면 이 씨 아들 A 씨는 "이번에 아버지 최종수사 결과 발표 후 우 의원님의 발언을 접하고 몇 말씀 드리고자 글을 쓰게 됐다"며 "의원님께서는 하루아침에 남편과 아버지를 잔인하게 잃은 가족들의 처참한 고통이 어떤 것인지 아시냐"고 적었다.

A 씨는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준다는 것은 국민의 마음을 헤아려 국민 편에 서서 일하라는 국민의 명령이 아닐까 싶다"며 "하지만 적국에 의해 남편과 아버지를 잃은 한 가정의 아픔에 대해서는 공감하지 못하고 정치적인 이익에 따른 발언을 무책임하게 내뱉는 것에 국회의원의 자격을 묻지 않을 수가 없다"고 했다.

A 씨는 우 위원장의 "월북인지 아닌지가 왜 중요한가"라는 발언에 대해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면 왜 그때 그렇게 월북이라 주장하며 사건을 무마시키려 하셨던 거냐"며 "월북이라는 두 글자로 저는 어머니와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했고 우리 가정은 완전히 망가졌는데 지금 국민을 상대로 장난하는 거냐"고 했다.

"사과받아 마무리된 사안"이라는 우 위원장에 발언에 대해선 "누가 누구한테 사과했다는 건가. 김정은이 제 가족에게 사과했나. 그리고 제가 용서를 했냐"며 "조선중앙통신에서 모든 책임이 남쪽에 있다고 했는데 이것이 북한을 굴복시킨 거냐. 이것이 북한에서 대한민국 국민을 불태워 죽여놓고 한 사과라고 생각하시냐. 우 의원님이 무슨 자격으로 사과받았으니 된 거 아니냐는 말을 내뱉는 거냐"고 했다.


A 씨는 "월북이 아니라는 증거를 내놓으라고 하셨나. 먼저 월북이 확실하다는 듯 얘기한 쪽이 월북의 증거를 내놓으셔야 하지 않냐"며 "군사기밀, 국가기밀 그런 얘기 따위는 전 모른다. 전 오직 아버지 죽음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알고 싶어질 뿐이고 당연한 권리다. 공무원이 월북자로 둔갑하는 상황인데 명확한 증거는 확인돼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A 씨는 "저희 아버지는 월북자가 아니다. 당사자 육성 고백이 아닌 아버지를 살해하고 시신까지 불태운 만행을 저지른 적대 국가의 살인자 말을 듣고 정황만으로 아버지를 월북자로 낙인찍은 것은 자국민의 편이 아닌 북한의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발언임을 부디 인식하시기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 의원님의 소속은 대한민국 국회의원이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소속이 아님을 기억하시길 바란다"며 "국회의원으로서 아버지 죽음에 상당한 관심이 있는 듯하시고 가족 못지않게 그날의 진실이 궁금하신 듯하니 대통령기록물 열람에 동의하시리라 생각한다. 또다시 2차 가해가 진행된다면 국민이 심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우 위원장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월북 공작'이라고 비판하고 있는 국민의힘을 향해 "민생보다는 친북 이미지, 북한에 굴복했다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신(新)색깔론"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일련의 움직임은 협력적 국정운영을 하겠다는 방향보다는 강 대 강 국면으로 몰고 가 야당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판단해 강력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우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국회의원 3분의 2 동의로 관련 자료를 공개하는 데 협조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발언을 문제 삼는 것을 두고선 "저는 (과거에) NLL(북방한계선) 관련된 자료, 정상회담 관련 자료도 (공개를) 반대했다. 왜냐하면 남북정상회담이나 국가안보와 관련한 주요 첩보 내용을 정쟁을 위해 공개하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국가 안보상의 이유 때문에 공개하지 말라는 것이지, 내용이 불리해서 그런 게 아니다"며 "이 첩보 내용은 당시에 국회 국방위나 정보위에서 여야 의원들이 같이 열람했다. 지금 여당 의원들도 다 보고 '월북이네' 이렇게 이야기한 적 있다"고 했다.


우 위원장은 지난 17일에는 "사건 당시 여당 의원으로 자세히 보고받은 바 있어서 내용을 잘 알고 있다. 관련 정보당국 등 월북으로 추정될 수 있는 감청이나 SI(특별 취급정보) 자료를 갖고 월북이라고 보고한 것이고, 일부 당국은 그런 자료가 없다고 한 것"이라며 "어떤 보고를 택할지는 첩보 판단의 문제지 정략이나 이념의 문제인가"라고 말했다.

그는 "전 정권이 북한 눈치를 보며 설설 기었다는 것으로 몰고 가고 싶은가 본데, 당시 문재인 정권은 국민 희생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고 이례적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과도 받았다. 북한의 눈치를 본 게 아니라 북한을 굴복시킨 일"이라며 "그분이 월북 의사가 있었는지 없었는지가 왜 중요한가. 우리 국민이 북한에 의해 희생당했고 우리가 항의해 사과받아 마무리된 사안"이라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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