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일 발표 예정이었던 올 3분기 전기요금의 연료비 조정단가 결정을 연기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한국전력에 연료비 조정단가 결정을 연기한다고 통보했다. 당초 산업부는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이날 중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인상 여부와 폭을 결정하고, 한전은 이 결정에 따라 하루 뒤인 21일 오전 발표할 예정이었다. 이날 정부가 결정을 미루면서 한전 역시 발표 일정을 연기하게 됐다.
한전 측은 "산업부로부터 3분기 전기요금 연료비 조정단가 산정 내역과 관련해 현재 관계 부처 협의 등이 진행 중이며 추후 그 결과를 회신받은 뒤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확정하도록 하는 의견을 통보받았다"고 설명했다.
지난 16일 한전은 산업부와 기재부에 석탄·석유·액화천연가스(LPG) 등 연료비 가격 상승 여파로 3분기 연료비를 직전분기 대비 킬로와트시(kWh)당 3원 인상하겠다는 방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기후환경요금·연료비 조정요금 등으로 구성되는데 이중 연료비 조정요금을 3원 올리겠다는 내용이다. 적자를 면하려면 kWh당 33원 정도는 올려야 하지만 분기 상한인 3원에 맞춰 인상할 수밖에 없다.
한전은 올 1분기에만 이미 사상 최대인 7조7869억원의 적자를 냈다. 연간으로는 적자 규모가 30조원대로 불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비용 절감이 불가피한 가운데 한전은 자구 계획의 일환으로 출자 지분과 부동산 매각, 해외 사업 구조조정 등으로 6조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전날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전기·가스요금은 뼈를 깎는 자구노력 등을 통해 인상을 최소화하겠다"며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지만 적자 규모가 막대한 만큼 전기요금 인상에 무게가 실린다.
3분기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가스 요금과 동시에 올라 가계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내달부터 민수용(주택용·일반용) 가스요금의 원료비 정산단가는 메가줄(MJ·가스 사용 열량 단위)당 1.90원으로 기존보다 0.67원 인상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전이 자구 노력을 통해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흡수할 수 있도록 하되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며 "만약 인상해야 한다면 인상 폭을 어떻게 할지 다각도로 보고 있고, 이번 주는 넘기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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