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비 지원' 카드 사라지자…건설사, 수주전략 '고민'

입력 2022-06-20 17:43   수정 2022-06-21 00:33

올해 말부터 건설사의 조합원 이주비 지원이 금지됨에 따라 재개발·재건축 수주전에 비상이 걸렸다. 대형 건설사들의 대표 당근책이던 이사·이주비 지원이 원천 봉쇄되면서 각 건설사 수주팀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주요 건설사가 앞다퉈 상반기 정비사업 수주 실적을 발표하는 것도 하반기 시장 변화에 대비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서울의 경우 정비사업 이주비 지원 규모는 가구당 최소 2억~3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건설사는 최근 앞다퉈 상반기 정비사업 수주액을 내놓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올 상반기 수주액이 1조5558억원, 대우건설은 총 수주실적이 1조3222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현대건설과 롯데건설도 컨소시엄 형태로 서울 동대문구 이문4구역 재개발 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상반기 실적을 마무리했다. 현대건설은 이문4구역을 추가하면서 올 상반기에만 누적 수주액이 5조6988억원에 달했다. 3년 연속 도시정비사업 최대 실적 경신이 유력할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봤다. 롯데건설도 상반기 수주액 2조원을 넘어섰다.

1군 건설사들은 상반기 호실적에도 웃지 못하는 분위기다. 하반기에 수주 환경이 급변하기 때문이다.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해 12월부터 시행되는 도시정비법 개정안에서 건설사의 이사비, 이주비 대출을 금지하고 있어서다. 이주비는 건설사들이 수주전에서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큰 유인책이자 조합원들의 빠른 이주와 철거를 위해 정비사업에서 필요한 정책으로 꼽혔다. 김제경 투미 부동산컨설팅 소장은 “과도한 현금 살포는 막아야 하지만 정상적인 이주비 대여를 금지하면 재개발, 재건축 차질로 공급이 지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반기 정비사업 수주를 준비 중인 주요 건설사는 고민이 많아졌다. A건설사 관계자는 “이주비 대출을 제안하는 것이 불가능해 이제는 시공사 브랜드 파워나 앞선 수주 실적만으로 조합에 홍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반기에 수주 실적을 크게 홍보한 것도 하반기 수주전에 꺼내들 카드가 마땅치 않아서라는 분석이다.

B건설사 관계자는 “사업 제안서에 이주비 대출 문구를 넣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조합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건설사에 신용 제공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며 “당국이 현장과의 괴리를 바로잡아줘야 한다”고 했다.

법 시행을 앞두고 정비사업 현장에서 볼멘소리가 나오자 국회와 정부는 시행령 단계에서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관계자는 “법 취지는 건설사들의 과도한 수주 출혈경쟁을 막고 조합 운영을 투명하게 하자는 것”이라며 “국토교통부와 시행령 과정에서 보완할 수 있는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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