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국민 숨 넘어간다"는데…집안싸움 바쁜 與

입력 2022-06-20 17:45   수정 2022-06-21 01:21


“지금 국민들이 숨이 넘어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20일 아침 윤석열 대통령의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추가적인 민생대책에 법 개정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윤 대통령은 “국회가 정상 가동됐으면 법 개정 사안이고, 법안을 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비슷한 시간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선 난데없는 고성이 오갔다. 최근 신경전을 벌여온 이준석 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이 비공개회의 진행 여부를 놓고 정면충돌한 것이다.

여야의 대립으로 국회 공백이 3주를 넘어가고 있지만, 정작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집권 여당은 집안싸움에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당권 두고 격화하는 세력 다툼
이날 최고위는 집권당 내 당권 투쟁의 축소판을 보는 듯했다. 이 대표는 회의 시작부터 “최고위 의장 직권으로 오늘부터 비공개회의에서 현안 논의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비공개회의 내용이 자주 언론에 유출된다는 이유를 댔다.

친윤계(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배 최고위원이 비공개회의에서 “(이 대표가 추진하는) 당 혁신위원회가 사조직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고 한 발언 등이 최근 기사화된 점을 겨냥한 것이다.

이에 배 최고위원은 “현안 논의를 하지 않아야 할 게 아니라 (내용이 유출되지 않도록) 비공개회의를 좀 더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고 맞섰다. 회의 말미에 이 대표가 “공지한 대로 오늘 비공개회의는 하지 않겠다”고 하자 결국 양측 간에 고성이 오갔다.

배 최고위원은 “이렇게 일방적으로 비공개회의를 없애면 어떡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이 대표는 “(배 최고위원이) 발언권을 얻고 말해야 한다”면서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중간에서 두 사람을 말리던 권성동 원내대표도 말이 통하지 않자 종반에는 책상을 내리치며 “그만합시다”라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이 대표와 친윤그룹 간 갈등이 표면화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윤 대통령의 당선인 대변인을 맡았던 배 최고위원은 최고위 회의에서 사실상 친윤계를 대표하고 있다. 이 대표는 차기 당권을 노리는 안철수 의원과도 국민의당 몫 최고위원 자리를 놓고 연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안 의원이 친윤계 정점식 의원을 최고위원으로 추천하면서 친윤과 손을 잡은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이 대표가 이를 견제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새 정부 입법 산적했는데….
이런 가운데 국회 공백은 이날로 22일째를 이어가고 있다. 신임 국회의장은 물론 법안을 심의할 개별 상임위원장과 위원들도 정해지지 않고 있다. 새 정부가 추진하는 민생 법안과 각종 규제 개혁 입법도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유류세·법인세 인하 관련 법안이 대표적이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3일 유류세를 최대 100%까지 감면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도 긍정적인 의견을 보였지만, 논의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윤 대통령이 역점을 둔 ‘법인세 인하’ 역시 야당을 설득해 추진해야 할 핵심 입법 사항이지만 표류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새 정부의 정책을 힘있게 지원해야 할 국민의힘이 오히려 당내 권력 다툼으로 정부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갈등을 해결하는 당대표가 갈등의 중심에 있으면 안 된다”며 “(당내 갈등으로) 윤석열 정부의 초기에 국정 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을 확실하게 장악하지 못한 윤 대통령의 ‘0선 리스크’가 현실화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윤 대통령은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달리 당에 영입된 인사이기에 기본적으로 당을 장악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 같다”며 “국정 동력을 살리려면 윤 대통령도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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