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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6위, 국내 1위 타이어 업체인 한국타이어는 지난해까지 59년 동안 노동조합의 파업이 없었던 무분규 사업장이었다. 분위기가 달라진 것은 지난해 말 첫 파업이 발생하면서다. 이후 강성 노동운동에 맛을 들인 조합원 상당수가 기존 한국노총 소속에서 민주노총으로 옮겨 갔다. 결국 올 들어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과반 노조로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사측을 상대로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최근엔 임금협상 중 공장을 세우고 사측 관계자들을 집단폭행하는 일까지 터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에 생산, 소비, 투자가 모두 감소하는 ‘트리플 악재’가 한꺼번에 몰아치고 있다”며 “경제 현실과 괴리된 노동계의 주장은 과도하고 터무니없다”고 지적했다.
임금 인상을 둘러싼 갈등도 거세지고 있다. 현대제철 노조는 400만원의 특별격려금을 지급하라며 충남 당진제철소 사장실을 50일째 점거하고 있다. 일방적인 피해를 당하고 있는 사측이 경찰에 고소했지만 이렇다 할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업계에도 전운이 감돌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지난해 상당수 생산직 연봉이 다시 1억원을 넘어섰음에도 올해 더 큰 폭의 인상을 요구 중이다. 노조는 교섭에서 기본급 월 16만52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을 요구했다. 지난해 기본급 인상액(월 7만5000원)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사측은 반도체 공급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감안할 때 노조의 요구안이 너무 과하다는 입장이다. 올해 노조 집행부가 강성으로 평가받는 만큼 4년 만의 파업 우려도 나온다.
한국GM 노사가 23일부터 시작하는 임금협상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노조는 이번 협상에서 월 기본급 14만2300원 인상, 통상임금의 400% 성과급(1694만원 상당) 지급을 요구하기로 했다. 사측은 경영난이 심화하고 있다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한국GM의 1분기 완성차 생산량은 6만408대로, 반도체 부족 사태를 겪은 작년 1분기(8만6399대)보다 30.1%나 감소했다.
한 제조업체 최고경영자(CEO)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 원자재 가격 상승, 물류비 인상만으로도 패닉 상태”라며 “노조의 사업장 점거 등 불법행위 땐 엄정하게 법을 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여당이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움직임을 보이면서 노동계가 반발하는 양상이다. 국민의힘이 발의한 개정안은 사업주 등이 충분한 조치를 했음에도 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처벌 형량을 감경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노총보다 온건하다고 평가받는 한국노총마저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개악 저지를 위해 강력히 투쟁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올여름 이어질 노동계의 하투에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는지는 5년간 노·사·정 관계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서 노조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으려면 사업장 점거를 전면 금지하고, 파업 땐 대체근로를 허용하는 방향의 제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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