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6월 22일 05:0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한앤코)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당일인 지난해 5월27일 "(법률자문사인) 김앤장 담당 변호사가 (홍 회장의) 도장을 찍어갔고 오늘 공시해야 한다며 급하게 밀어부쳐서 계약을 맺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회장은 "김앤장 담당 변호사가 (백미당, 가족 예우 등 홍 회장이 계약 당일 얘기한 조건들을) 계약종결일까지 반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는데 속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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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회장은 21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 심리로 열린 주식매매계약 이행에 관한 본안소송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한앤코가 백미당, 가족 임원 예우 등의 조건을 들어주지 않았다면 한앤코랑 계약을 진행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게 이 계약의 대전제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5월11일에 한앤코와 첫 회의를 했는데 그 이전에 함춘승 피에이치앤컴퍼니 사장을 통해 홍 회장의 의사(백미당, 가족예우 등의 조건을 포함해 빨리 조용히 매각하고 싶다는 의지)를 충분히 전달했고 그래서 11일에도 자연스럽게 가족들 얘기가 오갔다는 게 홍 회장측 주장이다.
그러나 이날 오후 4시 30분경 증인으로 출석한 한상원 한앤코 사장은 "11일은 처음 만난 자리였기 때문에 주당 70만원에 주식회사 남양유업을 사오는 조건을 처음 제시했을 뿐 백미당이나 가족 임원 예우 약속을 한 적이 없다"며 "회의 자리에서 인수 대상은 주식회사 남양유업 회사 전체라는 걸 확인했고 홍 회장의 조건은 빨리 팔겠다, 조용히 팔겠다는 것이라고 얘기했다"고 정반대의 주장을 했다. 한 사장은 이어 "회의 직후 저녁 식사 자리에선 제가 먼저 홍 회장이 원하시면 외식사업을 분리해서 검토해볼 순 있다고 말씀드렸고 당시 홍 회장은 아무 얘기가 없으셨다"며 "며칠 후 홍 회장이 한앤코랑 계속 매각 얘길 진행하라고 함 사장 통해 지시하셨다고 들었고 그때 제가 정확하게 이게 외식사업이 포함이 돼있는지 아닌지 확인을 요청했고 당시 함 사장이 홍 회장한테 물어봤더니 홍 회장이 백미당에 관심 없다더라고 했다"고 발언했다.
또 다른 쟁점인 쌍방대리 문제도 양측은 정반대의 주장을 폈다. 홍 회장은 "5월4일 제가 기자회견을 하면서 자식들한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는다고 했다, 말을 그렇게 하지만 제가 가슴이 막 찢어졌다, 마누라라든가 자식들에 대한 내 도덕적 죄책감을 뭘로 씻는가 고민을 많이 했고 그 두 가지가 전제조건이 안되면 절대 안된다 여기에 맞는 사람을 찾아라 그랬더니 한앤코를 추천한 것"이라고 말했다.
함 사장으로부터 한앤코도 김앤장을 선임했는데 이해충돌에 문제는 없으니 선임하셔도 된다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냐는 질문에 "전혀 없다"고 답했다. 상대측이 한앤코도 담당한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냐고 재차 묻자 "저는 몰랐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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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 내용에 대해서도 공방이 이어졌다. 홍 회장은 계약서 작성자를 묻는 질문에 "제가 볼 때는 김앤장 변호사가 주도적으로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저는 지식도 없고 경험도 없다, 이런 매매계약 자체를 처음 해봤다"고 강조했다. "백미당이 그렇게 중요했으면 계약서 내용에 넣었어야지 그 내용이 없는 계약서에는 왜 도장을 찍었냐"는 질문에 홍 회장은 "김앤장 변호사한테 별도합의서에 도장을 찍으라고 그랬더니 별도합의서에 대해 그건 안 된다고 그랬다, 그러면 내가 계약 못하겠다고 했더니 거기에 대해 다른 대안이 있으니까 계약하자고 얘기해서 제가 조건부 날인을 한 것이다"라고 답했다. 홍 회장이 주식매매계약서에 대해 "(한앤코의) 제안서일 뿐"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 "제안서일 뿐인데 왜 이 계약서에 도장을 찍어서 한앤코에 줬냐"고 묻자 홍 회장은 "그건 김앤장 변호사가 자기가 찍어간 것이고 저는 분명히 조건부 날인이다, (백미당 가족 예우 등의 조건이) 안되면 내가 계약 체결 안 하겠다고 말했다"고 답했다.
별도합의서에 홍 회장 아내에 대해 백미당이라고 명시하지 않고 외식 사업부를 총괄하고 있으나 전무 직급은 변동 가능하다고 기재한 이유에 대해 묻자 홍 회장은 "그게 그 말이다. 외식사업 총괄하는 게 실제로 운영하는 것이고 그게 백미당 얘기다"라고 답했다. 주식매매계약서, 고문위촉 제안서 등 어느 서류에도 백미당 얘기가 없는 이유에 대해 홍 회장은 "(서류가) 뭐 필요하겠나, 5월 11일 만남 전에 함 사장이 한상원 사장한테 다 확인받은 사항이고 오케이가 됐기 때문에 11일에 한 사장을 만난 것이지 그게 오케이가 안됐으면 한 사장을 왜 만나겠나"라고 반박했다.
한 사장은 홍 회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증언을 했다. 그는 주당 82만원에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뒤에 왜 홍 회장에게 '주당 85만원+계약 종결일을 7월15일로 앞당기기+풀 세퍼레이션(홍 회장과 일가 모두가 완전히 회사에서 떠나는 것)'이라는 조건을 제시했냐는 질문에 "클로징 리스크와 오너 리스크를 제외하기 위해 그 정도의 돈을 올려줘도 되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답했다. 한 사장은 "홍 회장이 계속 자신이 서울대 정신과를 다닌다, 미치겠다 등의 발언을 해 너무 괴로웠고 금액을 더 주더라도 이 딜을 빨리 클로징하는 것, 남양유업에서 오너리스크를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제안한 것"이라며 "원래 계약대로 주당 82만원에 고문료 0원으로 계약 이행해도 좋지만 그렇게 안 하겠다니까 대안을 짜내 제시를 한 것뿐이고 홍 회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사장은 또 백미당에 대해 추가 설명도 덧붙였다. "만약에 주식회사를 파는 일이 아니면 회사 내 부서를 분리하기 위해선 액면분할, 물적분할 또는 자산매각 중 선택할 수 있는데 이게 상당히 오래 걸리고 그건 한앤코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회계법인을 불러서 세무자문을 받아야 하는 일이다, 그래서 빨리 뭘 파는지 확인했던 것이고 홍 회장이 백미당을 원치 않는다고 하니까 더 이상 논의 자체를 하지 않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소송은 지난해 5월 홍 회장 일가의 지분과 경영권을 약 3107억원에 인수키로 한앤코와 계약을 맺은 뒤 8월말까지 계약을 이행하지 않자 한앤코가 주식매매계약을 이행하라고 홍 회장에 제기해 진행되고 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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