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에 92세를 맞는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의 재산을 놓고 자선단체들이 벌써부터 치열한 물밑작업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계 10대 부자인 버핏 회장은 재산의 99%를 기부하겠다고 서약했다. 세계 자선사업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액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빌&멀린다게이츠 재단, 수잔톰슨버핏 재단 등 자선단체들이 버핏 회장의 거액 기부에 대비해 인력을 확충하는 등 여러 방안을 실행 중이라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버핏 회장의 재산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벅셔해서웨이 주식의 가치는 현재 약 900억달러(약 116조원)다. WSJ은 버핏 회장이 보유한 벅셔해서웨이 주식 중 560억달러는 빌&멀린다게이츠 재단, 174억달러는 수잔톰슨버핏 재단 등 가족 관련 단체 네 곳에 기부될 예정이라고 분석했다. 나머지 187억달러어치는 기부처가 확정되지 않았다. 버핏 회장은 2010년 자신의 재산 중 99%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서약했다. 버핏 회장은 이미 벅셔해서웨이 주식 400억달러어치를 기부했다.
버핏 회장이 지금까지 거둬온 수준의 투자 성과를 이어간다면 그의 재산은 앞으로 10년 안에 2000억달러(약 259조원)로 불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빌&멀린다게이츠 재단은 수년 전부터 ‘프로젝트 링컨’이라는 명칭 아래 버핏 회장의 기부액을 관리할 방법을 모색 중이다. 프로젝트 링컨에는 컨설팅회사 맥킨지까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빌&멀린다게이츠 재단이 직원을 늘리자 버핏 회장은 이에 유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버핏 회장의 작고한 부인 이름을 딴 수잔톰슨버핏 재단은 버핏의 기부에 대비해 직원을 늘렸다. 수잔 톰슨 버핏 재단은 대부분의 자선활동과 기부를 비공개로 하고 있어 인지도가 높지는 않다. 1964년 설립된 이 재단의 이사회는 버핏 회장의 가족들과 지인들로 이뤄져 있으며 낙태권 보호에 큰 관심을 보여 왔다. 수잔톰슨버핏 재단 외에도 버핏 회장의 자녀들이 관여하고 있는 자선단체가 세 곳 더 있다. WSJ은 수잔톰슨버핏 재단을 비롯해 버핏 회장의 가족들과 관련된 자선단체가 버핏 회장으로부터 700억~1000억달러까지 기부를 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자선단체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버핏 회장은 아직 자신의 사후 유산 분할과 관련한 구체적인 지침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그동안 버핏 회장이 빌&멀린다게이츠 재단에 거액을 기부해오긴 했지만 유산 분배에도 이 방식이 적용될지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평가다.
한편 버핏 회장 측은 WSJ의 분석에 대해 부정확하다는 의견을 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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