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가 전기차 사업에 시동을 건다. 렉서스는 지난 15일 첫 전기차 UX 300e를 국내 공식 출시했다. 내년엔 첫 전용 전기차 RZ도 한국 시장에 선보인다. 전기차 시장 후발주자란 평가를 받는 렉서스지만 "내연기관차부터 하이브리드차, 전기차까지 시장에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렉서스는 올해 첫 전기차 UX 300e를 시작으로 내년엔 두 번째 전기차이자 첫 전용 전기차 RZ 450e를 국내 시장에 출시한다. UX 300e는 기존 UX 하이브리드 모델을 개조한 전기차로 2020년 9월 유럽과 중국에 먼저 나왔고, 이듬해 일본 시장에 출시됐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기반의 첫 전기차 RZ 450e 한국 시장 출시는 내년 상반기로 예정됐다. RZ 450e는 71.4킬로와트시(kWh) 용량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225마일(약 362km) 주행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렉서스 관계자는 "(RZ 450e는) 내년 2분기쯤 출시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도요타 전기차 bZ4X의 경우 출시 시기를 검토 중으로 이르면 내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bZ4X는 도요타 첫 전기차로 올 4월 일본·미국 시장에 우선 출시됐다.
도요타·렉서스는 전기차 전환에 신중한 완성차 업체로 꼽힌다. 하이브리드카 우선 전략을 취하며 전기차 전환에 완급 조절을 하고 있다. "전기차는 시기상조"란 게 도요타의 최근 기조다. 지난해 12월 아키오 도요타 회장이 발표한 도요타의 전동화 전략의 주인공은 전기차만이 아니었다. 내연기관차, 하이브리드카 등 모든 차종이 대상이었다.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이지만 전기차 시장에서의 존재감은 미미한 이유다. 올 1분기 전 세계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1위 테슬라(21.6%), 제너럴모터스(GM)-상하이자동차(SAIC)-우링자동차의 중국 합작사 SAIC-GM-우링(10.7%), 중국 BYD(10%), 폭스바겐그룹(6.8%), 현대차그룹(5.7%) 등의 순으로 도요타는 순위권 내에 없었다.
글로벌 시장에 출시된 렉서스의 전기차도 모회사인 도요타의 bZ4X까지 포함해 총 2대에 불과하다. 테슬라를 필두로 현대차·기아, 벤츠, GM 등 글로벌 제조사가 전기차 라인업 확장에 나서는 흐름과 대비된다.
현대차의 경우 코나 전기차(EV)부터 니로 EV, 쏘울 EV, 아이오닉5, EV6 등 전기차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 하반기엔 핵심 모델 아이오닉6도 내놓는다. 메르세데스-벤츠도 EQB, EQA, EQC, EQS 등을 내놨다. 연내 EQE 출시도 앞두고 있다.
전기차 기술력이 뒤처지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지만 도요타 측은 "전기차는 하이브리드카에서 엔진만 빼면 되는 차인 만큼 기술력 문제는 아니다"라는 입장. 지금도 만들라고 하면 충분히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전기의 70%가 화력발전을 통해 생산되는 점을 감안하면 전기차가 결코 진정한 탄소중립을 향한 수단이 아니라는 것에 대한 공감대도 강하다. 렉서스 고위 관계자는 "하이브리드카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전했다.
다소 보수적인 도요타의 기업 문화 자체도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도 나온다. 전기차를 둘러싼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 충전 인프라 논란이 일정 부분 해소되기 전까진 전기차로의 완전 전환은 아직은 이르다는 게 도요타 내부 분위기다. 대신 안전한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집중해 왔다.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용량은 크지만 무게, 부피, 화재 위험성이 적어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도요타는 2025년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양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27년을 양산 목표로 제시한 국내 업체들보다 2~3년 앞선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는 기술 진입장벽이 워낙 낮기 때문에 기술력이 없어서 전기차를 출시하지 못하는 회사는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리튬이온 배터리는 화재, 주행거리 논란이 있고, 실제 화재 문제로 대규모 리콜을 단행해 막대한 손해를 본 업체들이 적지 않다"며 "각국의 친환경차 범주에서 하이브리드카가 점차 빠질 예정인 가운데 이 기간까지는 경쟁력 있는 하이브리드카에 집중하고, 이후 전고체 배터리를 적용한 전기차로 넘어가 이 시장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게 도요타의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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