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규제 지역 재검토를 언급하면서 관련 지역이 들썩이고 있다. 규제 지역에서 풀리면 대출·세제·청약 등에서 각종 제약이 사라져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어서다. 특히 규제 지역 해제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는 대구·세종 등에선 올 들어 심화된 거래 절벽이 해소될 것이란 기대가 확산하고 있다.
해제 요건 충족한 대구·세종·경기·인천 등
2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전일 임대차 시장 안정 방안과 올 3분기 추진 부동산 정상화 과제를 발표한 뒤 대구·세종 지역 공인중개사무소엔 외지인을 중심으로 한 문의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대구 동구에 있는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전역이 규제 지역으로 묶여 매매량 자체가 크게 줄어든 상태"라며 "이 때문에 대구 지역 전반의 주택 시장이 위축돼 있는데 정부에서 규제 지역을 재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히자 시세를 묻는 끊겼던 문의들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규제 지역 해제에 대한 기대가 크게 형성돼 있다는 설명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1일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규제 지역 일부를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 국토부는 이달 말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규제 지역 해제와 추가 지정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다고 판단되면 조정대상지역으로, 투기가 성행한다고 판단되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는데 이날 기준으로 전국 조정대상지역은 112곳, 투기과열지구는 49곳이다.
조정대상지역의 경우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9억원 이하는 50%, 9억원 초과는 30%로 제한된다. 총부채상환비율(DTI)도 50%가 적용된다. 대출 규제뿐만이 아니다.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 중과 등 각종 세금 부담도 커진다. 투기과열지구는 LTV가 9억원 이하면 40%, 9억원 초과는 20%가 적용되는 데다 DTI 역시 40%가 적용된다. 재건축 등 정비사업 규제 수위도 높아진다.
지난해부터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규제 지역의 주택 가격이 하락세를 띠고 있다. 주택 거래까지 얼어붙으면서 각 지역에서 규제 지역 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간 정부는 집 값 불안을 우려해 규제 지역 유지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올 들어 가파른 금리 인상 추세로 급격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에서 규제 지역 재검토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읍면동으로 세분화해 단계적 해제 '유력'
올 들어 주택 가격 하락 폭이 큰 대구를 비롯해 울산 남구, 경기도 양주·파주·김포시, 충북 청주시, 전북 전주시가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공식 요청했다. 다만 업계에선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 정부가 단기간에 많은 지역을 규제 대상에서 해제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일단 미분양 등이 쌓여 규제 지역에서 벗어나더라도 주택 가격이 급등할 우려가 적은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규제 지역 해제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업계에선 대규모 미분양에 허덕이고 있는 대구와 올 들어 집 값 하락률이 가장 큰 세종이 해제가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규제 지역 지정 기준에 따르면 주거정책심의위원회가 열리기 직전 월부터 최근 3개월 간 해당 지역 주택 가격 상승률이 시·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3배를 초과하면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다. 1.5배 이상 현저하게 높은 지역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다. 대구는 최근 3개월 간 주택 가격이 1.34% 떨어졌다. 같은 기간 이 지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6%였다. 세종도 소비자물가는 2% 뛰었는데, 주택 가격은 1.64% 하락했다.
대구의 경우 미분양 물량만 6827가구로 10년 만에 최대치를 나타내고 있다. 수성, 중구, 동구, 서구, 남구 등 상대적으로 광범위하게 조정지역 해제가 점쳐지고 있는 이유다. 세종은 2020년만 해도 집 값이 34% 뛰어 전국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집 값이 고점에 달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줄곧 하락세는 띠고 있다. 지난해 7월 이후 집 값 하락률만 전국에서 가장 높은 7%에 달한다.
대구와 세종 이외에도 경기와 인천도 조정지역 해제를 위한 정략적 필수 요건은 충족한 상태다. 물론 청약 경쟁률(5대 1 초과 여부)이나 분양권 전매거래량 등도 별도로 고려된다.
일각에선 정부가 읍면동 단위로 세분화해 지방과 경기도 일부 지역만 규제를 풀어줄 것이란 전망도 내놓는다. 주택이 많지 않은 일부 지역만 해제한 뒤 순차적으로 시장 상황을 보면서 해제 지역을 확대할 것이란 설명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규제 보다 시장 자율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 데다 주택 공급 확대를 공언한 만큼 규제 지역을 일부 해제하는 게 옳은 방향"이라면서도 "분양가 제도 개편 등을 통해 분양가 상승이 예상되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 지역을 대거 해제하면 부동산 시장이 요동칠 수 있어 읍면동 단위로 단계적인 해제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단순히 정량적 요건으로만 규제 지역 해제가 결정되는 건 아니고 주택 시장 상황을 면밀하게 파악해 종합적인 평가 아래서 결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