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데이터와 인공지능(AI) 알고리즘 등 관련 플랫폼 사업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해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다. 정부가 주도해 규제를 만드는 대신 사업자들의 목소리를 대폭 반영하고 자율 관리에 방점을 두겠다는 취지다.
'네카쿠배당' 대표들 만난 과기정통부 장관
22일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 최고경영자(CEO), 학계 전문가 등과 만나 이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과기정통부는 “플랫폼 업계 일각에서 나온 부작용을 해소하면서도 업계 혁신을 지원할 수 있는 정책 방안을 찾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간담회에는 최수연 네이버 대표, 남궁훈 카카오 대표, 박대준 쿠팡 공동대표 등 검색·메신저·이커머스 분야 주요 플랫폼 사업자들이 참석했다. 국내 최대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김범준 대표), 국내 최대 개인간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김재현 공동대표)에서도 각 사 CEO가 나왔다.
업계·학계 전문가로는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을 비롯해 디지털플랫폼 정책포럼 위원장인 이원우 서울대 기획부총장,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 전문위원을 지낸 권남훈 건국대 교수가 참석했다. 디지털 플랫폼 정책포럼은 과기정통부가 디지털 플랫폼 관련 논의를 활성화하기 위해 2020년부터 구성해 운영한다. 민간·정부 2인 공동위원장 체제로 민간에서는 이원우 부총장이, 정부에서는 박윤규 과기정통부 제2차관이 위원장을 맡았다.
“국내 시장 맞게 혁신·공정 정책”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이날 간담회 참석자들은 플랫폼 정책을 두고 사업자 위주 자율규제 실효성을 키워야 한다는 데에 뜻을 모았다. 민관 합동 TF에서 데이터 접근성 활성화와 AI 알고리즘 투명성 제고 등을 논의하자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플랫폼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일부 부작용도 발생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규제체계 정립은 필요하지만, 각국이 처한 상황에 맞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 국가에선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미국 기반 글로벌 빅테크들의 플랫폼 서비스가 시장을 점령한 반면 국내 시장은 ‘토종’ 플랫폼이 건재하다는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장관은 “글로벌 플랫폼 시장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며 “이를 고려할 때 디지털 플랫폼 정책은 혁신과 공정의 가치를 포괄해야 하고, 규제의 방식도 혁신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정부에서 플랫폼 기업들과 함께 자율규제 방안을 논의하는 것에 대해 환영한다"며 "앞으로 건강한 디지털 생태계를 위해 함께 지혜를 모아가겠다"고 화답했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는 신산업인 메타버스 관련 규제를 내놓기 전에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궁 대표는 간담회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새롭게 대두되는 메타버스 영역은 기술적 형태나 겉모습이 게임과 닮았지만, 정책적으로는 게임과 명확히 구분돼야 한다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박대준 쿠팡 공동대표는 "정부의 자율규제 방향성에 공감하며 앞으로 적극적으로 자율규제체계 수립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 중심으로만 책임을 강조하면 소비자가 소외될 수 있다"며 "논의과정에서 소비자의 후생 증진과 산업 진흥이라는 가치도 충분히 고려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기업 생태계 보호화 혁신이 계속되는 방향으로 적극 논의했으면 한다"고 했다. 김재현 당근마켓 공동대표는 "자체적으로 자율규제 관련 연구를 벌이고 있다"며 "개인간 거래라는 새로운 산업 환경에 부합하는 기준과 질서를 수립할 것"이라고 했다.
범부처 협의처서 업종별로 논의
정부는 플랫폼 업계 자율규제기구를 구성하기 위해 범부처 디지털 플랫폼 정책협의체를 꾸린다. 이 협의체에서 플랫폼 산업 자율규제기구를 설립·지원한 법적 근거 등을 논의해 마련한다. 업종별로는 태스크포스(TF)를 따로 마련해 각론을 다룬다. 사업자와 정부가 모여 연내 디지털 플랫폼 발전 전략도 마련한다.홍진배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늘 간담회와 포럼 등은 플랫폼 정책 관련 기본적인 방향성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다”며 “논의된 내용은 범부처 협의체에 전달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율규제 방식은 입법을 통한 규제에 비해 각 업종 등에 더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덧붙였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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