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부는 회사채 시장…건설사들, 차환 대신 현금 상환

입력 2022-06-22 17:27   수정 2022-06-23 01:14

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기업의 주요 자금조달처인 회사채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의 투자심리가 얼어붙자 회사채 발행 일정을 잡지 못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신용등급 AA급 이상 우량기업을 제외하고는 흥행을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 자회사인 하나에프앤아이는 이달 예정돼 있던 회사채 수요예측 일정을 연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만기가 돌아온 차입금 상환 등을 위해 회사채 발행을 준비했지만 조달 여건이 악화되면서 오는 8월 이후로 수요예측을 미뤘다. 한국기업평가 기준 하나에프앤아이의 신용등급은 ‘A(안정적)’다.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갚기 위해 또 다른 채권을 발행하는 차환 대신 현금 상환을 선택하는 곳도 나오고 있다. 금리 인상에 원자재값 폭등 등 악재가 겹친 건설업계가 대표적이다. 포스코건설은 다음달 만기가 돌아오는 1200억원 규모 회사채를 자체 보유한 현금으로 상환할 방침이다.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다음달인 HDC현대산업개발도 현금 상환을 결정했다. GS건설은 다음달 만기인 회사채 3000억원을 현금으로 갚기로 했다.

회사채 시장의 양극화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AAA’급 신용등급을 갖춘 KT는 지난 21일 진행한 2000억원 규모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9350억원의 주문을 받는 등 흥행에 성공했다. 이달 들어 회사채를 발행했거나 발행을 준비하고 있는 BBB급 기업은 한 곳도 없다. 고금리 우량채로 인기가 많았던 보험사 후순위채의 투자심리도 주춤하고 있다. 한화생명이 지난 8일 3000억원 규모 후순위채의 수요예측을 한 결과 2930억원의 주문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1일 3년 만기 국고채와 3년 만기 회사채(신용등급 AA- 기준) 간 금리 차이인 신용스프레드는 74bp(1bp=0.01%포인트)를 기록했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회사채 시장이 위축됐을 때와 비슷한 수준이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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