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지난 5년 동안 바보 같은 짓을 안 하고 이 원전 생태계를 더욱 탄탄히 구축했더라면 지금 아마 경쟁자가 전혀 없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취임 후 처음으로 원자력발전소 부품 제작 현장을 찾아 한 말이다. 지난 5년간의 탈원전 정책으로 황폐해진 생산 현장을 둘러본 윤 대통령은 “여의도보다 더 큰 면적의 어마어마한 이 시설을 탈원전을 추진한 관계자들이 봤다면 과연 그런 의사결정을 했겠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직접 ‘원전 세일즈’에 나서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윤 대통령은 공장 밖에 있는 원자로와 전기 발생기를 보면서 공정 진행률과 예상 손실 등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이들 부품은 2017년 건설이 중단된 신한울 3·4호기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가 “발전소가 (건설) 취소되면 4900억원 정도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고 하자 윤 대통령은 “보상을 받아야겠네”라고 말하기도 했다.
공장 안으로 들어간 윤 대통령은 신고리 6호기에 납품되는 부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1만7000t 규모의 프레스 설비가 있는 단조 공장도 둘러봤다.
프레스 설비를 설명하던 관계자가 “2000억원 규모를 투자해 2017년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가동을 시작한 이후 신규 원자력 프로젝트가 없어서 원자력 제품은 생산을 못하고 있다”며 불안감을 드러내자 윤 대통령은 “걱정하지 말라”고 격려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시찰 중 “어떤 것이 원자로냐” “프레스기는 어떨 때 쓰는 것이냐” 등 20여 개의 질문을 쏟아내며 원전산업에 큰 관심을 보였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에 대해서는 “법적 절차와 기준은 준수하되 최대한 시간을 단축해서 효율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원전 수출에 직접 나서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저 역시도, 또 우리 정부의 고위 관계자들도 이 원전 세일즈를 위해 백방으로 뛰겠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비공개 간담회에서 “지금 원전산업은 고사 직전 상태”라며 “물과 영양분을 조금 줘서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철철 넘칠 정도로 지원을 해줘야 살까 말까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외국 정상들을 만나게 되면 원전 얘기를 많이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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